[천자춘추] 과이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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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시인·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2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다.

 

추천위원단이 추천한 5개의 사자성어를 추려 전국 교수들에게 일주일 동안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935표 중 476표(50.9%)를 얻었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해 많은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올해 선정된 ‘과이불개’란 말은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것으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교수들이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치지 않는 것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단적인 예로 지난 10월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인재로 일어난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곧 패배자가 되는 길이라고 여기고 회피하거나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윤리가 붕괴한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기에 혼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폭력적인 극우주의와 소수자를 혐오하는 정치 문화로 인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의 ‘후회한다면 잘못을 고쳐보라’는 글에 따르면 세종이 잘못을 인정한 기록이 ‘세종실록’에 10여차례 나온다. 잘못 임명해 외교 망신을 당했을 때, 나랏일에 몰두하느라 신하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았을 때,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역질로 백성들이 많이 죽었을 때 등이었다.

 

세종은 군자감(軍資監: 군수품 관장 관청)을 수리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여러 명이 압사하고 부상당하자 공사를 즉시 멈추고 의사를 보내 치료하고 사고당한 사람들의 고향집에 관리를 보내 위로했다. 아울러 현장 감독관은 물론 공사의 최고책임자인 공조판서(국토부 장관)까지 구금하고 수사했다. 이와 같은 조치 이후 안전사고에 의해 대규모의 인명피해는 세종 재위 기간에 발생하지 않았다. 세종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자세가,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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