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차피 지역화폐는 계속 갈 수 없어/폐지를 대비한 정책으로 가야 맞다

지역화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속 계획에 넣고 가도 좋은가.

 

경기도의 2023년 국비 예산 규모가 결정됐다. 모두 17조8천억여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분야별 예산 확보 현황을 보면 차이가 많다. 복지 분야 예산은 11조6천912억원이다. 올 2022년보다 2조5천억여원 늘었다. 기초연금, 부모급여, 주거급여 등이 포함된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3조8천93억원이다. 2022년보다 6천억여원 줄었다. 준공 및 공정 차이로 지역·사업별 희비가 엇갈린다. 반도체특화단지 특별지원 예산은 증액됐다.

 

당초 큰 폭의 예산 감축이 예고됐었다. 이걸 살려 낸 경기도·지역 정치권의 노고가 크다. ‘역대 최대 국비 확보’에 붙여 평가하고 가야 할 업적이다. 남은 문제는 지역화폐 예산이다. 전국 지자체 사정이 같다. 당초 정부가 6천억원 전액을 삭감했었다. 그걸 국회가 3천525억원 되살렸다. 하지만 2022년 올해 예산에 비하면 50%에 불과하다.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의 대규모 축소 운영이 현실이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화폐가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위정자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화두다. 이미 많은 시민과 소상공인이 지역화폐와 친숙해졌다. 여기에 대고 지역화폐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역화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더 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도를 지속할 재원을 설명할 이도 아무도 없다. 결국 없어져야 하고, 없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표가 무서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다음의 논평을 남기려 한다. 지역화폐는 계속될 수 없다. 폐지를 전제로 시정을 준비하라.

 

지역화폐가 일상에 자리한 계기는 코로나19다. 질식에 이른 소상공인을 위한 비상 대책이었다. 당시 시급성에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도입했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가미됐다. 2021년에만 그 돈이 1조522억원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시 정책이었다. 코로나19가 한시적 비상 사태인 것과 같다. 여기에 화폐라는 명칭도 옳지 않다. 정확히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한국은행 말고 상품권을 끝없이 발행할 자금원은 없다.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지역화폐가 소매업 매출을 증가시켰다는 주장은 그저 정치적 구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이환웅 연구원의 보고서가 있다.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인데, 지역화폐 발행이 소매업 전체 매출을 증가시키지 못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 규모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감지원·김성아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친 연구’). 이를 반박할 권원(權原) 있는 통계는 없다.

 

객관적 상황이 여기에 이르면 시군 정책 방향도 그에 맞춰 가는 게 옳다. 수원시가 관련 예산을 18% 삭감했다. 용인시도 8% 낮췄다. 안산시는 적립금 환금을 중단했다. 이들의 고민을 다른 지자체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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