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성 임대업자 수두룩, 세입자 피해 구제책 시급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씨보다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악덕 임대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오피스텔 등을 1천139채 보유했던 빌라왕 김씨와 관련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71건이다. 김씨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91건, 김씨 명의 주택에서 80건의 보증사고가 났다. 171건 중 133건(254억원)에 대해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38건은 대위변제 진행 중 김씨가 사망해 절차가 중단, 보증사고 금액이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김씨보다 세입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집주인이 수두룩하다니, 충격적이다. 보증금을 못 받아 보증기관에 대신 갚아달라고 신청한 사고 액수 기준 김씨는 8위였다. 가장 많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박모씨는 293건에 646억원을 떼어먹었다. 2위는 정모씨로 254건에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3위 이모씨는 581억원(286건), 4위 김모씨는 533억원(228건)을 내주지 않았다.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사고는 3천630건, 7천584억원 규모였다. 이 중 경기도의 보증사고는 788건으로 집계됐다. 도내에서 악성 임대업자가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부천시였다. 부천의 보증사고는 468건이나 됐다. 이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의 피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을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더 크고 많다.

 

수도권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하락과 전세시장 냉각, 대출 제한과 고금리, 당국의 관리소홀 등 발생 요인은 복합적이다. 부동산경기 하락 여파가 전세사기로 이어지면 내년엔 피해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역대급 전세사기를 방치해 피해를 키운 것은 문제가 많다. 국토부가 뒤늦게 전세사기 전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전세피해 임차인 상담, 보증금 반환 절차, 임차인 상황별 대응 요령 매뉴얼을 제작하고 피해자에겐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대다수 세입자에게 전세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전세금을 날리면 극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전세사기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고, 세입자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부동산 등기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법적 장치를 촘촘히 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과 체납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임대차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할 입법 조치 등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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