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래·골목 못 살린 매장 강제 휴무 10년/‘5일·7일장...’의 세분화 지혜 도입해라

2012년 유통매장 의무휴업제가 시작됐다.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목적이었다.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법은 그대로 밀어붙어졌다. 질식 상태에 놓인 골목 상권 살리기라는 화두가 모든 걸 지배했다.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해도 먹혀들지 않았다. ‘골목 상권을 죽이려는 유통 자본의 궤변’쯤으로 여겼다. 그랬던 논리들 어디 갔나. 입법 목적은 이뤘나. 차분히 토론할 때가 됐다.

 

6월에 나온 통계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 조사 보고서’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이유 세 가지가 꼽혔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다.

 

더 구체적인 설문도 있다. 이용하려던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실제 구매 행동을 물었다.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이 다수였다. ‘대형마트 휴업 당일 전통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쳤다. 관련 설문조사, 통계보고서는 많다. 조사 주체, 설문 대상·방법 등에 따라 결과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종 결과는 ‘골목·전통시장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다.

 

‘강제 영업 금지’라는 요란하고 극단적인 처방이 내놓은 초라한 10년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 이 문제가 이슈로 불거졌었다. 대형유통매장 의무휴업 규제와 심야영업 제한 폐지였다. 이내 가라앉았다. 일부 재래시장과 노동계가 함께 낸 반대 목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때를 맞춰 대구시가 대형 매장 의무휴업제를 평일로 바꿨다. 지자체장이 매장과 협의하면 휴업일은 바꿀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결정했다고 홍준표 시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결정 역시 문제가 있다. 시장 상권의 형성은 대단히 예민하다. 골목마다 다 다르고, 동네마다 다 다르고, 시군마다 다 다르다. 지난 10년의 제일 큰 패착이 바로 이거였다. 전국의 시장을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로 딱 묶어 판단했다. 이런 획일적 판단으로 또 광역을 묶겠다는 것인가. 옳지 않다. 시·군별로, 동네별로, 골목별로 해야 한다. 서로 달리 조사하고 서로 달리 운영해야 맞다.

 

시골 장마당이 왜 ‘5일장’ ‘7일장’으로 제각각이겠나. 동네·골목마다 장사 되는 날짜가 다르기 때문 아니겠나. 경기도가 아니라 31개 시·군별로 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