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명소서... 풍성한 ‘문화잔치’
일요일 오후 은행나무 주변에 퍼지는 기분 좋은 오카리나 연주가 늦가을을 더욱 무르익게 했다. 나무 아래에 펼쳐진 평상 위로 주민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은 시골마을의 풍경처럼 정겨웠다. 일요일 오후 가족, 친구, 연인 또 낯선 이들과 함께한 음악과 간식과 문화예술. 지난해 11월 20일 광명시 옥길동 광명텃밭보급소에서 열린 ‘근거한 공간 교류 프로젝트-가을잔치’였다.
광명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의 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으로 진행한 ‘광명 생활문화 거점 활성화 사업-근거한 공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역 내 4곳의 생활문화 기획자들이 한데 모였다.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본인이 기획한 내용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 생활문화를 선보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재현하며 더 많은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근거한 공간’ 사업은 민간 생활문화 공간과 광명문화재단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내 풍성한 생활문화 네트워크 기반을 조성했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생활문화 공간 초아픽과 광명텃밭보급소, 다온도예, 협동조합 담다 등 4곳을 연계해 민간 생활문화 공간과 재단의 협력체계를 구축, 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 내 풍성한 생활문화 네트워크 기반을 조성하고 시민의 문화 예술 향유를 끌어올린다는 목적이었다.
이날 열린 가을잔치에선 광명텃밭보급소는 자연 그대로의 텃밭을 공개하며 도심 속 힐링의 공간을 선사했다. 또 프로그램으로 파·보리 심기를 준비해 이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체험 행사를 할 수 있게 했다. 3대가 함께 만드는 도자를 진행해 온 다온도예는 ‘셋이 모여 하나’ 공예 작품 전시를 열어 그동안 참여자들이 만든 도자기를 선보였다. 아이와 시아버지와 함께 3대가 4주간 토요일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품을 만든 이소연씨(35) 가족은 이날 행사장을 찾아 직접 만든 작품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씨는 “코로나19로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는 게 마땅치 않았는데 우리와 같은 가족 4, 5팀이 함께 모여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작품을 만드니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역에서 문화공간으로 역할하며 바른먹거리를 선보이는 ‘담다’는 꽃 카나페와 고구마, 따뜻한 차를 제공했다. 담다는 평소에 해금 연주 등 공연을 선보이며 올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공연기획과 케이터링을 선보여 왔다. 최민영 대표는 “이번에 생활문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이 공간에 모이니 서로 마음을 열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봤다. 코로나19 속에 사랑의 복원을 느꼈다”고 말했다.
치유 정원, 치유 원예를 선보이던 초아픽은 이번 사업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사무실을 1층 정원으로 만들었다. 또 누구나 지나가다 들를 수 있게 개방했다. 마음을 나누고 정원 같은 공간에서 누구든 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선 오랫동안 밖에 나가기 어려웠던 여든의 할머니, 아기와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 엄마 등 저마다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를 안고 사는 ‘우리’들이 오고갔다.
이날 가을잔치에선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등을 진행해 많은 호응을 끌었다. 하우스 밖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텃밭과 공터에서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가 이어졌다.
이날 여덟 살, 여섯 살 된 자녀와 함께 텃밭을 찾은 홍승재(36)·김현애씨(36) 부부는 나무 밑에서 음악을 즐기고 문화를 경험하며 타인과 함께 다르면서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가 매우 즐겁고 소중하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이 농장 체험을 하기 어려운데 도시에 살면 하기 쉽지 않은 파도 심어보고 날씨 좋은 날 나무 밑에서 간식도 먹으니 너무 즐거워요. 이런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고 무언가를 함께하는 만남의 장이 열리는 자체가 모두에게 큰 경험이자 체험 아닐까요”
인터뷰 김유미 문화도시팀 대리 예술인·주민 잇는소통 공간 더 넓혀 ‘생활문화’ 활성화
Q 근거한 공간의 뜻이 궁금하다.
A ‘근거한 공간’은 어떠한 곳을 거점으로 뜻밖의 만남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공간이다. 근거한 공간에서의 뜻밖의 만남을 표방해 어떠한 곳을 거점으로 오고 감으로써 공간을 발굴하고 사람들이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Q 가을잔치 행사를 보니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생활문화가 잘 발현돼 온 느낌이다.
A 그동안 재단에선 생활문화 확산과 기획자 발굴 등을 위해 2020년 ‘생기발랄 0호점’, 2021년 ‘사이사이’, 2022년 ‘생기발랄 문화의 집’(광명문화재단 사업)과 경기문화재단의 ‘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근거한 공간’을 이어왔다.
특히 문화활동이나 시민이 편히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를 확보하고자 지역 내 17개 공간을 발굴해 ‘문화의 집’이란 이름을 주고 임대비 지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지원 등을 해왔다.
Q 생활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는 어떤가.
A 지역에서 끊임없이 시민들이 편하게, 쉽게,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를 만들고자 재단에서도 부단히 노력해 왔다. 아직 이런 사업들이 초기 단계이지만 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지역에서 이런 생활문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분들의 역량이 늘어나고 확산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재단과 민간이 함께하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사업은 단체에서 역량을 발휘해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프로그램이 확산되도록 초안을 만든 것 같아 꽤 의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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