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의 마무리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사에 사용 후 버려지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농사의 마무리다.
하지만 농경지 곳곳에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쓰레기산을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풀이 나지 않도록 설치한 멀칭용 비닐이 넘쳐나고 각종 플라스틱 농약병도 나뒹굴고 있다. 영농폐기물은 파종기인 3∼4월과, 수확 직후인 늦가을 이후에 많이 배출된다. 수확이 끝난 농촌현장에서 고춧대나 콩대, 깻대 등 영농 부산물의 불법 소각이나 매립, 무단 방치 등은 큰 골칫거리다.
2021년 전국의 폐비닐 발생량은 32만t에 달했다. 수거·처리된 양은 26만t이다. 나머지 20%(6만t)는 소각 또는 불법 매립됐거나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되지 않고 버려진 영농폐기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크다. 불법 소각이나 매립은 토양과 대기,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폐비닐은 강풍에 날려 농경지 인근의 고압전선에 걸릴 경우,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된다. 불법 소각을 하다 산불 등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은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대형사고 이후에도 농촌 현장에선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영농폐기물이 수거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농업인구 고령화와, 일손이 부족해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영농폐기물을 수거해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도를 시행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 각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도 영농폐기물 수거활동을 펼치지만 한계가 있다.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 대부분은 불법소각되거나 생활폐기물 등과 섞여 매립되기도 한다. 비닐 같은 영농폐기물은 무단 소각 시 공기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땅에 임의로 묻을 경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 허술한 영농폐기물 관리는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화재까지 부르는 고질적인 농촌 문제다.
영농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처리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영농폐기물을 스스로 수거하는 농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예산·인력 확충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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