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 청사는 신축이 필요한가. 1983년 건립된 40년 건물이다. 당시 인구가 20만, 현재는 100만이다. 공간이 부족해 40여개 부서가 외부에 있다. 사유 건물 임대도 많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까지 있다.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시세가 비슷한 용인, 성남과는 대조적이다. 청사 면적에서 두 시의 5분의 1이다. 이만하면 청사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 부분을 다시 꺼낼 건 없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였다. 관련된 파격 선언이 나왔다. 4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던졌다.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의 기부채납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결정의 배경으로 이런 설명도 했다.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돈이다. 신청사 건립에 2천900억원이 든다. 부지 매입과 청사 건축비다. 2018년부터 매해 500억원씩 적립해 왔다. 부족한 부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양시 재정 규모에 큰 부담이다. 이걸 아끼자는 게 요진 빌딩 이전 구상이다. 2000년대 초, 지방정부에 불던 광풍이 있었다. 호화·거대 청사 경쟁과 재정 파탄이다. 그런 낭비를 막자는 것 아닌가. 누가 뭐랄 건가. 백번 옳은 결정이다.
다만, 중요한 판단 요소가 있다. 관련 지역민의 정서다. 지역에서 시청사가 갖는 경제적 비중은 절대적이다. 2천~3천여 공직자들의 소비가 시청 주변에서 이뤄진다. 상주 직원 3천명이면 웬만한 대기업이다. 고양특례시에 직원 3천명인 회사가 몇이나 되나. 여기에 행정 수요에서 파생된 각종 사무실들까지 몰려든다. 청사가 들어서는 땅은 순간 노른자위로 변한다. 반대로, 청사가 떠나면 공동화에 빠진다.
이걸 지역 이기주의라고 무시만 할 수 있나. 엄연한 상권 현실이다. 당연한 탄식이다. 고양특례시, 특히 이동환 시장이 해야 할 일이 여기 있다. 백지화에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말로만 되지 않는다.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양시가 5일 원당지역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시 청사가 빠져나가는 원당 주민의 분노가 커서다.
구상이 꽤 많다. 기존 청사 재활용, 건립 예정지 복합개발, 창업·벤처혁신지구, 도시 재정비 활성화, 오픈 카페 거리 등이 있다. 청사를 대체할 그림으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진솔하게 도출됐느냐다. 거대 지역을 재개발하는 일이다. 당연히 관련 용역이 진행됐어야 한다. 당연히 깊이 있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 당연히 개발 일정과 대략의 예산을 추론했어야 한다. 이런 심도 있는 과정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신뢰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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