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각광 받은 ‘유쾌한 반란’이 있었다. 도지사 비서실장 공모의 예다. 도지사 수족이 되는 자리다. 측근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라면 특별히 뽑아 쓴다. 그 자리를 공개 모집했다. 누구든 지원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원자 중에 뽑았다. 김동연식 인사 개혁이었다. 여기에 이은 2차 ‘유쾌한 반란’이 시도됐다. 이번은 경기도청 과장급(4급) 인사다. 대상이 17명으로 대폭 넓어졌다. 그만큼 관심도 커졌다. 공모 결과가 5일 발표됐다.
도가 자찬했다. ‘기존 직렬 위주의 관행을 깨뜨리고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사실일까. 공모는 성공한 것일까. 평균 경쟁률은 1.6 대 1에 그쳤다. 3개 직위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공직사회만의 특징이 있다. 연공서열, 위계질서에 민감하다. 같은 경기도청 내부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간부 자리를 지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경쟁률이 낮았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그중에 용기를 낸 공직자들이다. 선택에 대한 절박함이 그래서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황당하다. 지원한 공직자들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대신 지원도 하지 않은 공직자를 뽑았다. 17개 가운데 11개나 그렇게 했다. 65% 가깝게 공모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 반대로 65%가 부합하고 35%가 부합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다. 이래 놓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믿고 지원한 직원들만 황망해졌다. 밝혔듯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도청이다. 자리를 탐했다는 눈총만 얻게 됐다. 유쾌한 반란이 아니라 ‘진짜 반란’이 됐다.
도 관계자가 이런 해명을 했다. ‘자기 의지에 더해 능력을 봤다’ ‘인재 풀을 조금 넓혀서 선발했다’. ‘능력을 본다’? 평소 일반 인사다. ‘인재 풀을 넓혀 뽑는다’? 평소 발탁 인사다. 이럴 거면 굳이 공모할 필요 없었다. 공모(公募)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함’이다. 모두가 수긍할 기준이 필요하다. 지원자 중에서 뽑아야 한다. 적격자가 없었다면-이 해명도 추가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재공모를 해야 한다. 경기도의 모든 공모가 이렇다. 이렇게 안 한 공모는 당장 무효·징계다. 아닌가.
국민의힘이 논평으로 때렸다. ‘이번 공모 결과는 김 지사의 이미지 정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정치가 나쁜 건 아니다. 대개의 정치인들도 그렇게 한다. 더구나 목적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인사 개혁이다. 실패했다고 큰일날 것도 없다. 경기도정은 잘 돌아간다. 그럼에도, 꼭 얻고 가야 할 교훈 하나는 있다. 정치 실험 대상에 공무원이 오르면 안 된다. 실험쥐 삼기엔 ‘임기’보다 ‘평생’이 길고 중하다.
실패한 실험의 결과가 지금 경기도청에 왔다. 신임 과장 17명이 어색해졌고, 떨어진 지원자들이 불편해졌고, 도지사 신뢰가 줄어들었다. 평가와 검토를 하고 가야 한다. 제도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준비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인가. 실무진의 거부감이 컸던 것인가. 인사(人事)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공개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면 그 원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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