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2010년대 일이었다. 최고령이라던 가토 소겐(加藤宗現)씨가 발견됐다. 30년 전에 사망한 백골 상태로 집에 있었다. 연금 수령을 노린 유가족들의 짓이었다. 놀란 일본 정부가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도쿄 최고령 113세 할머니, 후쿠시마현 102세 할머니 등 300여건이 확인됐다. 이른바 ‘백골연금’이라 불린 허위 생존이다. 장수대국 일본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노인연금 정책의 근간이 흔들렸다. 그 비극이 한국에 왔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79세 여성인데 사망한 지 2년4개월 됐다. 숨진 여성의 딸(47)이 방치해 오고 있었다. 목적은 연금 수령이다.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그후 매월 30만원씩 28회 연금을 받았다. 관할 구청의 방문 조사는 없었다. 홀몸 어르신이 아니라고 봐서다. 방문 관리 등이 요구되는 사례 관리 대상은 장애인 또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딸의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경찰이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알고 가야 할 뒷얘기는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다. 숨진 여성은 지난해 4분기 수급권 확인 조사 대상이었다. ‘부정수급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대상자’를 추려 조사하는 절차다. 지난해 6만7천여명이 대상이었다. 공단이 숨진 여성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 등을 봤다. 70세 이상 고령인데도 2년간 진료 기록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외부 가족 등에게 탐문을 했고 결국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시의적절한 조사와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점이다. 5년 전이던 2018년, 이미 이런 분석이 있었다. 사망 후 서류로만 살아 있는 ‘유령 국민’이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4%에 이르고 있다. 공식 통계가 이 정도다. 실제는 더 높았다. 고려대 연구팀 조사 결과는 8%를 넘고 있다. 사망 후 한 달을 넘기면 지연 신고다. 1년 이상 지연 신고율이 중요한데, 이 역시 당시 연평균 3.2%를 넘기고 있었다. 신고 1개월 초과 과태료 5만원 대신 돌아갈 복지 혜택이 수백만원이다.
현금 복지와 가난이 맞물리는 필연이다. 유혹은 현실이고 시도는 세태다. 그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에서 작동될 사회적 논의가 있다. 십수년 전 일본은 이런 걸 했다. 노인 안부 확인 정례화, 연금 수급 시스템 개혁.... 그때 제일 선행한 조치가 전(全) 일본 지자체의 ‘백골연금’ 실태 조사였다. 그리고 그 결과의 적나라한 공개였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백골연금’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더라도 다 밝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맞는 대책이 나온다. 우리에게 맞는 확인 방법, 우리에게 맞는 수급 방식,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사망신고제도 개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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