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을 대하는 자세

image
류성근 성남아트센터 예술사업본부장

5년 임기의 대통령제와 4년 임기의 지방자치제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에서는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많은 곳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2022년 하반기에는 많은 인사가 교체되는 일을 겪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장이 교체되고 2023년이 시작된 현재도 여러 기관의 기관장을 선임 중이다.

 

국립단체를 제외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선 거의 모든 곳이 공개채용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정한 절차 속에 우수한 인재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예술단체를 이끌고 있는 시립교향악단이나 합창단 지휘자들도 선거로 단체장이 교체된 경우 자리 보전을 위한 여러 일로 인해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예술가의 임기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아쉬운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인데 예술가의 임기가 선거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과거 시립단체를 많이 경험한 예술가들은 정치에 의존하며 자리를 이어 왔고 선거가 끝나면 발 빠르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잘못된 모범을 보였기에 현재도 이를 답습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국립예술단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휘자를 비롯한 예술가를 행정가와 비슷하게 공개채용 형식으로 선발한다.

 

공개채용 절차는 예술가를 행정의 잣대인 학위와 경력만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허위 경력과 학위 부풀리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세계적인 지휘자는 지휘학위가 없다. 국내 합창음악의 지평을 연 거장 역시 지휘학위는 없다. 그럼에도 평가 시스템은 학위가 우선한다.

 

공정을 앞세우면서 예술을 행정의 잣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세워 줄 수 있는 위촉 시스템이 돼야 한다.

 

예술가를 평가할 자신이 없으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든지 단원들이 추천하도록 해 책임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예술가를 경쟁시키면 그들의 순수성이 없어진다.

 

지휘자는 명예롭게 포디엄(지휘단)에 세워줄 때 가장 행복한 음악을 들려 줄 것이다.

 

우리나라도 종신지휘자로 35년의 활동을 마감한 카라얀처럼 존경받는 지휘자가 태어날 환경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