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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들여 청년 외식사업가 키운다더니… 고작 2년 만에 간판 내릴 판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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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들여 청년 외식사업가 키운다더니… 고작 2년 만에 간판 내릴 판 [현장, 그곳&]

“특혜·혈세 낭비” 지적 잇따라... 區 “이달 중 인수자 없으면 철거”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의 문에 자물쇠가 걸린 채 굳게 닫혀있다. 박주연기자

 

“거창하게 청년 외식 사업가 키운다더니, 고작 2년하고 문 닫나보네요.”

 

25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8의15 2층에 있는 연수구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 센터 출입문에는 ‘오전 9시~오후 11시59분’이라고 적힌 운영시간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쇠사슬로 굳게 잠겨있다. 출입문 넘어로 보이는 내부는 불이 꺼져 있고 상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스산하다.

 

또 센터 안내도에는 1호 덮밥중, 2호 대나무베트남 명품 쌀국수, 3호 비스트로메종 등 그동안 입점해 있던 음식점들의 이름만 남아 있다. 센터 안에는 그동안 청년 외식 창업 공동체들이 함께 사용하던 싱크대와 조리대, 조리 도구 등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센터 인근의 한 상인(42)은 “주방 시설은 그대로 있는데 몇 주 전부터 센터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지 못했다”며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앞으로 운영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를 알리는 안내판 뒤로 내부는 불이 꺼져 있고 상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스산하다. 박주연기자

 

인천 연수구가 만든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가 3년만에 문을 닫을 위기다. 지역 안팎에선 구가 3억원을 넘게 들여 센터를 만들고 고작 2년 운영하느라 다시 4억6천만원을 쓰는 등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시설 인수자를 구할 때까지 매월 600만원씩 임대료를 내야는 데다 시설을 철거하려 해도 다시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야 해 애물단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2년 운영에 8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3억764만5천원을 들여 배달전문 공유형 주방 10개와 사무실, 커뮤니티 등의 공간을 조성했다. 이후 2021년 2월부터 인천청년 10명이 입주해 배달전문 음식점을 본격 운영했다.

 

하지만 구는 지난해 11월 센터 운영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연수구의회 등에서 구가 센터를 만들어 특정 청년 10명에게 컨설팅 지원 비용 등으로 2년간 4억6만천원을 지원해주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는 지난 6일에 센터 인수자를 찾는 공고를 냈지만 유찰했다. 현재 2차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구는 인수 희망자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센터의 보증금 1억과 매월 임대료 660만원이 비싼데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나 배달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구는 아예 센터를 철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센터를 철거하는데 들어가는 예산만 5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는 이달부터 오는 3월까지의 임대료 1천800만원도 내야 한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구가 센터를 만드는데 급급해 했을 뿐, 사전 조사나 운영계획 부족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져 결국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꼴”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3월까지 내야하는 임대료가 아깝긴 하지만, 시설을 철거하는 대신 다른 청년들이 활용했으면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달 중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당장 철거해 최소 1개월치 임대료라도 아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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