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국토교통부가 지역 여건에 따라 그린벨트를 100만㎡ 미만까지 해제할 수 있게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주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시·도지사에게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30만㎡까지 넘긴 데 이어 이번에 해제 면적을 3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방산·원전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을 지방에서 추진할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00만㎡ 이상 해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은 1월 초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것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 추진할 방침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선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는 정부 스스로 계획 없이 그린벨트 지역도 마구잡이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역개발을 위한 숙원사업을 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국토부의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0만㎡ 미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에만 부여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만 또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경기도는 25일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각종 개발사업 등에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 권한 위임까지 수도권을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국토부와 시도지사협의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 등에 전달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첨단산업의 대다수 업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지방의 그린벨트 규제를 푼다고 비수도권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비수도권 그린벨트 완화 방향이 현장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는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위임받은 이후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 사업(총 해제면적 99만5천㎡)을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고양 드론센터, 양주 테크노밸리 등이 포함됐다. 도는 100만㎡ 미만 해제 권한이 위임되면 도시개발, 산업단지, 물류단지의 지정 권한 등을 갖게 돼 현안 사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지역의 난개발과 함께 선심성 사업으로 치우칠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그린벨트를 완화하고, 중앙의 행정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것이라면 형평성 있게 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위임 사무를 판단하는 것은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수도권에도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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