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 수많은 인파 속 열차에서 내리는 한 무리.
역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환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탕, 탕, ‧‧‧ , 탕’ 총 7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중 3발의 총을 맞은 남성이 쓰러졌고 그 총을 쏜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체포된 남성은 체포되는 순간까지 ‘코레아 우라’(대한제국 만세)를 외쳤다.
이날은 안중근 의사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바로 그날이다.
이듬해 2월14일. 2월7일부터 다섯 차례의 공판을 치르고 6번째 이뤄진 공판에서 안중근 의사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항소하는 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마라’는 어머니 조마리아의 말처럼 안중근 의사는 항소 없이 그에게 주어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113년이 흐른 지금, 안중근 의사는 오늘날 문화예술계에서 콘텐츠로 뜨겁게 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영웅’은 현재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뮤지컬 역시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교보문고가 13일 집계한 1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김훈의 ‘하얼빈’은 종합순위 9위를 기록했다.
밸런타인 데이로 알려진 2월14일을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로 기억하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선 "오늘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카드뉴스 퍼뜨리기 운동 등이 일어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안중근 의사 추모지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경기도 곳곳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릴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부천시에는 중동에 안중근공원이 있다. 중국 하얼빈에서 기증받은 동상과 유묵 및 명언 등이 세겨진 석조물과 기념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부천시 심곡도서관에 한쪽에 자리한 안중근 특화코너도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를 읽을 수 있다.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에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외투 안에서 권총을 뽑으려는 그 순간을 형상화한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오른손을 외투 안에 넣은 채 왼발을 멀리 뻗어 뛰어나가는 모습에서는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는 안중근 의사의 굳센 열의와 긴장감이 함께 느껴진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월14일이 어떤 날인지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을 함께 기억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식의 죽음보다 조국과 민족을 먼저 생각했던 안중근 의사와 조마리아 여사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