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항암제가 있다. 주사 한 번 맞는 데 250만원이다. 6번을 맞아야 1회 치료다. 모두 1천500만원이다. 척추종양 환자에게 쓰이는 양성자 치료기가 있다. 1회 80만원이다. 30회를 받아야 한다. 2천400여만원이다. 물론 보험은 안 된다. 기본적인 방사선 치료도 2천만~3천만원이다. 치료비 없어 죽을 수 있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많은 암 환자들이 하는 탄식이다. 작은 도움이라도 이들에게는 정말 절박하고 소중할 수 있다.
인천시가 암 환자에게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격은 간단하다. 인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하고 보건소에서 암 환자 의료비를 지원받는 사람이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가 심해 가발이 필요한 사람이다. 의사 소견이 있으면 된다. 지원 액수는 가발 구입비용의 90%, 최대 70만원까지다. 일단 3천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이 소진되더라도 신청이 들어오면 내년에 소급해 지원하기로 했다. 작지만 소중하게 여겨질 일이다.
김석철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이 취지를 설명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힘든 치료 과정을 겪어온 환자들이 이번 사업으로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치료 의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 국장의 이 뜻에 더 이상 보탤 게 없다. 지난해 6월 부산 동래구에서도 실시됐다. 역시 암 환자에 대한 가발 구입비 지원이다. 아마 전국 최초 아니었을까 싶다. 좋은 행정에 시행 순서가 무슨 상관인가. 이참에 경기도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말 다른 의미의 탈모가 기억난다. 지난해 대선판에 등장했던 ‘탈모’다.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다. 이재명 당시 후보가 제기했고 주목을 끌었다. 매년 25만여명이 탈모로 인한 진료를 받는다. 전체 진료비가 400억원을 넘는다. 이걸 건강보험으로 부담하자는 것이었다. 탈모로 고민하는 유권자가 많다. 탈모 치료비 부담도 크다. 거대한 유권자 그룹 공략이었다. 서울시의회는 바로 어제 청년 탈모 치료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런 탈모 정책에는 반대한다. 탈모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공공이 부담할 순 없다. 모발 노화로 인한 탈모, 신경성 탈모가 있고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우선 보태야 할 탈모는 무엇인가. 당연히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 고통 아닌가. 묻고 싶다. 탈모 지원 얘기하는 대선 후보·서울시의회, 암 환자 탈모 지원은 얘기한 적 있나. 탈모 암 환자는 표가 적어 안 보이나. 그래서 다시 한 번 평가한다. 인천시 정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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