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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남편이 쓰고, 85세 아내가 편집…박재곤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
문화 출판·도서

87세 남편이 쓰고, 85세 아내가 편집…박재곤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 책 표지 

 

설악산에 올라도 끄덕 없을 것 같은 등산 복장, 작고 아담한 등엔 그의 키 만한 커다란 등산 가방이 올려져 있다. 그 가방엔 3kg이 되는 노트북과 지도, 각종 글이 적힌 자료집과 필기도구로 빼곡하다. 무장한 듯한 복장으로 다니는 곳은 경기도를 비롯한 국내 명소. 자연과 주변 풍경, 역사, 인근의 맛집을 빼곡히 기록한다. 사전 취재를 바탕으로 최소 현장을 두 번은 방문하는 섬세한 취재도 기본이다. 

 

1936년생으로 올해 여든일곱의 현역 작가 박재곤 선생의 이야기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도 그의 커다란 등산가방엔 책 수 권과 지도, 언제든 메모할 수 있는 필기도구가 가득했다. 마치 당장 어디로 떠나도 될 듯한 여행객 그대로의 모습은 그의 얼굴에 진 주름과 나이를 잊게 했다.

 

박 작가는 직접 명소를 찾아 글로 옮긴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관광도서출간 MSM 刊)를 최근 펴냈다. 코로나19 기간이었지만 마스크를 쓴 채로 전철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인천과 경기지역 명소를 누비며 취재했다. 그가 취재한 글과 사진을 한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든 다섯의 아내가 취합해 편집, 디자인을 했다. 노부부의 합작품이자 삶에 대한 열정이 깃든 작품인 셈이다. 

 

책은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 본보에 1년간 연재했던 여행 칼럼 ‘산내들 나들이’가 바탕이 됐다. “나들이를 못하는 시기에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이 대리만족 할 수 있게 하자”는 의지가 반영돼 이어온 칼럼을 작성한 그가 인천과 경기지역의 명소를 다시 취재하고 반영해 책으로 펴냈다.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는 인천과 경기지역의 명소가 역사와 문화, 먹거리 등이 어우러진 관광가이드북의 전형이다. 

 

“청춘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다”는 그는 경북대 사범대학교를 다니며 동기들과 산악부를 창립해 학생 산학 단체의 연맹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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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를 펴낸 박재곤 작가. 그는 여든일곱의 나이에도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는 전국의 명소를 글로 쓰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일보 DB  

울릉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었지만 우연찮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당시 보건사회부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이후 UN과 WHO 등의 기관과 함께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문서의 서문을 도맡아 쓰며 문장력을 인정받았고 정부 부처의 공보관실에 발탁돼 각종 공보 자료를 쓰며 스피치 라이터로 활약했다. 

 

그러는 중에도 산은 쉬지 않고 다녔다. 글을 좋아하는 그가 산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산과 사람, 그 주변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199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4년 간 월간 ‘산’에 ‘산따라 맛따라’ 코너를 연재했다. 2018년 펴낸 ‘산따라 맛따라’는 교보문고 여행부문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다음 행선지’를 고민 중이다. 그 행선지는 어느 곳에서 시작하는 물줄기가 될 듯 싶다. 

 

박 작가는 “국내 물줄기를 정리해놓은 책은 없다”면서 “1960년대 국토종주를 하면서 마라도에서 시작해 배를 타고 목포, 지리산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 모든 곳은 강과 연결된다. 그동안 기록으로 남겨 놓은 물줄기 기록을 따라 경치, 인문, 문화, 사람들, 먹거리 등을 정리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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