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신도심으로 학교 이전, 쇠락의 길 걷는 원도심 [집중취재]

인천 학령인구 감소 학교 ‘이전·재배치’, 노령인구 증가… 출생아수는 감소
학교 사라진 곳 중심 도시기능 쇠퇴... 원도심 주변 공동화 현상 가속화
시교육청 “최적의 대안 마련 노력”

image
25일 간판으로 학교앞 서점이였음을 짐작케 하는 인천 동구 송림3.5동 103의8 옛 박문여중고 앞의 문 닫힌 가게 골목으로 한 노인이 폐지를 줍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장용준기자

 

“젊은 부부들은 학교가 없어서 여기서 못살아요. 학교가 빠지면서 동네가 늙어가고 있죠.”

 

25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1동 옛 만월초교 앞. 만월초교가 지난 2015년 사라지면서 문구점은 물론이고, 학원도 자취를 감췄다. 정문 앞 학생의 단골 문구점은 카페로 변했다. 인근 어린이공원에도 아이들 대신 70대 어르신들이 햇볕을 쬐고 있다. 양영월씨(77)는 “학교가 있을 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동네가 북적대며 사람사는 듯 했다”며 “40년째 이곳에 사는데 이젠, 젊은 부부는 없고 다 어르신이나 외국인 노동자 뿐”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인천 동구 송림3.5동 103의8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지난 1940년부터 박문여자중학교와 박문여자고등학교가 있던 곳이다. 학교가 2014년과 2015년 각각 송도국제도시로 옮기면서 일대의 유동인구는 급감했다. 지역 명소였던 ‘짱구분식’과 ‘박문학생서점’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인근에는 음료수를 사 먹을 슈퍼 하나 찾기 힘들다. 이곳에서 48년째 살고 있는 석경숙씨(73)는 “박문여중·여고를 나온 딸과 같이 사는데, 최근 자식 학교를 위해 이곳을 떠날 고민을 한다”고 했다. 이어 “학교가 떠나면서 상권은 물론 도시 자체가 죽은 지 오래”라고 했다.

 

인천지역 원도심에 학교가 사라지면서 노령인구 증가와 출생아가 감소하는 등 도시로서의 기능 쇠락이 심각하다. 인천시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추진한 원도심 학교 이전이 결국 원도심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학령인구가 감소한 학교 11곳을 학생이 많아 학교가 필요한 신도심으로 이전·재배치했다.

 

하지만 학교가 사라진 곳을 중심으로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능허대중이 사라진 옥련1·2동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총 137명으로 12년 전 362명에 비해 무려 73%가 감소했다. 박문여중·고가 있던 동구 송림3.5동도 지난해 출생아는 25명으로 2010년 72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도심과 가까운 구월1동도 만월초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는 121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역 안팎에서는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것이 도시 기능 쇠락의 주요 원인인 만큼, 근시안적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학교가 사라진 원도심이 각종 재개발 사업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되레 반대로 다시 학교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탓이다.

 

시교육청은 과거 학령인구 감소로 박문여중을 송도로 이전했지만, 최근 금송 재개발 사업으로 학령인구가 늘자 창녕초교를 사업지구 안으로 옮기고 창영초 부지엔 여자중학교를 새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 백석초를 검단신도시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후 한들구역 재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시교육청은 다시 백석초가 있던 자리에 새로 짓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능허대중이 있던 곳도 곧 송도역세권개발사업이 이뤄지면 학령인구가 늘어 다시 학교를 지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학교는 지역 공동체 형성의 주요 역할”이라며 “현재 학교를 이전하려는 곳들은 주변이 다시 재개발을 하면 수요가 생긴다”고 했다. 이어 “당장 아이가 없는 것만 보고, 학교가 필요한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이다”며 “지역발전가능성 등 미래를 함께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원도심 교육 발전을 위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원도심 학교 이전에 대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