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기념물 ‘만년제’ 방치 27년, 주민들 고통 안 보이나

화성시 안녕동에 소재한 경기도기념물 ‘만년제(萬年堤)’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된 지 27년,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랫동안 방치해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2m 높이의 녹색 울타리가 만년제 주변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그 안쪽은 잡초와 잡목이 무성하다. 도기념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버려진 공원처럼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만년제는 조선 22대 왕인 정조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797년에 축조한 저수지다. 이곳은 문화재청이 소유한 국유지였으나, 1964년 2월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불하했다. 만년제가 도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한 지역주민이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진정서를 경기도에 제출한 것이 계기다.

 

도는 1992년부터 7차례에 걸쳐 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했고, 1996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했다. 만년제 토지 소유주는 2000년 문화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화성시에 제출했다. 시는 ‘만년제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적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에 냈다. 경기도는 ‘만년제는 농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만년제 복원 사업을 추진, 용주사·융건릉과 함께 지역 대표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와 화성시는 아무런 조치도 않고 수십년째 방치하고 있다. 그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문화재 지정 후 계획됐던 모든 게 정지됐다. 건축물 높이 등 각종 규제가 늘고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지역 개발이 멈춰진 상태다. 상권과 정주여건이 열악해 약국이나 병원을 가려면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불편·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만년제의 효율적인 보존 및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만년제 주변은 섬마을처럼 고립돼 주민들이 떠나고, 지역은 더 낙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만년제 정비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복원사업을 금방 할 것처럼 했는데 30년 가까이 돼 간다. 이곳은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개발도 안되는데 인근 태안3지구·병점동·진안동 등은 급속도로 성장, 주민들은 박탈감에 빠져 있다. 건축 제한이 있는데 만년제와 가까운 곳에 한 제약회사의 대규모 물류단지가 준공을 앞두고 있어, 이것도 의문이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낙후된 환경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만년제 복원사업에 속도를 내든가, 문화재 지정 해제를 하든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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