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지사실은 압수수색 당하면 안 되나/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이 권력인 줄 아나

2013년 1월 수원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다. 대낮 국정원 직원 미행 실패 사건이다. 수원진보연대 지도위원을 뒤쫓던 남자가 잡혔다. 전화부스에서 붙잡힌 남자가 국정원 소속으로 확인됐다. 난리가 나지 않았겠나. 진보 진영이 국정원의 사찰로 규정, 강하게 성토했다. 언론도 야권 탄압, 정치 개입이라고 했다. 그런데 8월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다. 그날 미행은 ‘이석기 수사’의 과정이었다. 그런 게 수사다. 함부로 예단하다가는 자칫 위험해진다.

 

수사의 최종적인 목적은 범죄 확인이다. 추적·압수수색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밀행성의 원칙이 필요하다. 미행 당하는 사람이 몰라야 한다. 압수수색 직전까지 당사자는 몰라야 한다. 그래야 수사가 된다. 일상에서 그랬다간 범죄다. 수사니까 가능하고, 합법화되는 것이다. 그제 검찰이 김동연 지사실을 밀고 들어왔다. 집무실과 비서실, 그리고 개인 PC까지 봤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은 분노한다. 검찰은 적법하다 한다.

 

생각해 보자. 과한 것이었나. 혐의는 쌍방울의 대북사업 지원이다. 이화영씨(구속)가 중심에 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때의 일이다. 경기도청 업무의 한 부분이었다. 수사가 진행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다. 그동안 압수수색도 여러 번 있었다. 충분히 ‘재탕 압수수색’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과한 압수수색이다. 하지만 모두가 짐작할 사정 변경이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월 귀국했다. 금고지기가 최근 귀국했다. 전에 없던 얘기들이 막 쏟아진다.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 방북 경비 300만달러를 부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북 협력 사업 지원금 50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한 이후 나오는 새로운 진술이다. 검찰로서는 이에 대한 증명 절차가 필요해졌을 것이다. 경기도청 업무·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걸 뭐라 할 건 아니지 않나. 전임 도지사가 수사 대상이다. 전임 부지사의 의혹이다. 감수할 측면이다.

 

동시에 검찰에 남는 아쉬움도 크다. 경기도청을 너무 자주 뒤진다. 민선 8기 들어 13차례나 했다고 한다. ‘법원 영장에 근거했다’는 게 변명일 순 없다. 법원이 정한 ‘도지사실’이 아니잖나. 검찰이 ‘도지사실 수색하겠다’고 청구한 영장이다. ‘김동연 도지사실’을 특정한 건 검찰이다. 김성태 전 회장 귀국이 변수는 맞다. 귀국 후 진술로 압수수색이 필요해진 것도 맞다. 그 논리면, 김 전 회장이 도망갔던 작년에는 왜 열 몇 번 압수수색했나. 이래도 압수수색, 저래도 압수수색인가.

 

양쪽 똑같다. 경기도 대북 행정은 수사 대상이다.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김동연 지사 측의 냉정이 필요하다.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할 강제수사다. 달포가 멀다 하고 막 들어가면 안 된다. 수원지검이 수사를 되게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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