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활동 명분 법 개정해 놓고 정쟁만 일삼아 ‘눈총’ 지자체 “형평성 어긋나 규제 대상 다시 포함해야”
선거철도 아닌데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들이 경기·인천지역 길거리를 점령해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다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6개월이 지난 12월부터는 정당이 현수막을 통해 정당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당초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의 단속 대상이지만 정당 현수막의 경우 정당 명칭, 게시자 연락처, 게시 기간 등 일정 요건만 갖추면 지자체 신고도 필요 없고 지정 게시대가 아니더라도 내걸 수 있게 했다.
법 개정의 이유로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 등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보장’을 내세웠던 정치권이 정작 정책이나 현안보다 정쟁에만 몰두하고, 치적 생색내기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난방비 폭탄’으로 민심이 폭발하자, 여야는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책임을 서로 떠 넘기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의혹과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도 서로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길거리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제로, 여주지역 중심시가지 주요 교차로 네거리에는 ‘김건희를 구속하라’,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무죄, 버스기사 800원 유죄’, ‘3.1절 모이자 서울역으로’ , ‘법 앞에 평등 민주당은 예외?’ 등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여주시에는 66곳 네거리와 33곳의 회전교차로 등이 현수막 지정게시대 106곳이 설치돼 있지만, 정당 현수막들은 가로등이나 보행자 보호용 울타리까지 이중 삼중으로 마구잡이식으로 게시됐다.
시민 K씨는 “모범을 보여야할 지역 정치인들이 앞 다퉈 무분별하게 현수막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자기들 잘난 맛에 온갖 현수막으로 도배하지만 시민들은 전혀 관심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으로 인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며 “보행자 안전이나 교통에 방해가 되는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정치인들에게 협조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보행자가 부상을 입는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13일 오후 9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5동행정복지센터 사거리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 대학생이 정당 현수막 게시용 끈에 목이 걸려 인도 바닥으로 넘어졌다. 난방비 폭탄의 원인을 서로 떠넘기는 내용이 담긴 여야의 현수막의 끈은 성인 목 높이에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이 사고로 성악을 전공하는 A씨는 목 부분에 2∼3㎝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했다. A씨가 자칫 도로 쪽으로 넘어져 차량과 부딪혔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민원이 잇따르자 각 지자체 정당 현수막을 다시 규제하는 방향으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반 현수막을 철거하면 그 자리를 정당 현수막이 채우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앞으로 정당 현수막이 더욱 난립할 우려가 있어서 정부에 법률 재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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