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낙마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이틀만이다. 임기 시작일(26일) 이전이니 형식은 발령 취소다. 정 변호사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이 문제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했다. 학폭위의 심의를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등 가족은 처분이 과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여론은 ‘반성하지 않은 학폭’으로 규정해 분노한다. 정 변호사가 지원을 철회하고 떠났다.
대통령실이 논평했다.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한계가 있었음도 인정했다. 다만. 듣기 따라 달리 해석될 부분이 있다. 검증의 정도에 대한 설명이다. “앞으로도 헌법 체계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사 검증에)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철저한 검증이라는 목적이 부당한 정보 수집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부당한 정보 수집’이 관여돼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혹시 경찰 정보를 말하나.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정황이 있다. 정 변호사 임명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심상치 않았다.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로 봤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조직이다. 경찰법 개정에 따라 2021년 출범했다. 경찰의 수사 독립을 상징하는 조직이다. 실제 권한도 막강하다.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그리고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하필 그 자리에 검사 출신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 검사로부터 독립한 기구에 검사 출신을 앉힌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했다. 이러다 보니 차기 경찰청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소문도 있었다. 치안정감 가운데 청장이 나오는데, 국수본부장이 그 인사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권력과의 연결도 구설로 얘기됐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대학 동창이며 대검·서울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앞서 경찰조직이 크게 반발했던 일이 있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다. 경찰이 ‘권력 시녀로의 회귀’라며 반발했다. 현직 총경이 반박 성명을 냈다. 그를 징계하자 총경급들이 일어났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상경·현수막 투쟁을 했다. 이번 국수본부장 임명에 대한 경찰의 반발도 다르지 않다. 경찰 익명 게시판에 반발 글이 이어졌다. 그런데 마무리가 그때와는 다르다. 임명되자 ‘학폭’이 뿌려졌고, 정치권이 가세했고, 그대로 퇴출됐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우리의 우려가 괜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윤석열 정부와 경찰을 말하는 많은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얘기, ‘경찰이 윤석열 정부와 따로 가는 것 같다’는 얘기다. 시중에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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