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의원 299명 중 297명이 참여했다.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표 11표다. 찬성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서 부결됐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 폐기됐다. 모두의 예상을 깬 의외의 표 결과였다.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왔다. 이재명 체제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관심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또 한 번의 면책특권 발동이다. 이 대표는 신상 발언에서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부결을 통해)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이유에서 “구속될 만한 중대 범죄이므로 법원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선택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또 휴지로 만들었다.
앞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부결했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사업가로부터 6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했다. 271명이 투표했는데 반대 161명, 찬성 101명, 기권 9명이었다. 이틀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 국민 여론이 표출됐다. ‘불체포특권남용, 부결 부적절’이라는 의견이 58.4%, ‘의정활동 보장, 부결 적절’이라는 의견이 24.2%였다.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두 배를 넘겼다.
물론 보수정당에도 전력이 있다.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대 국회 때다. 홍문종·염동열·최경환·이우현·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청구됐다. 홍·염 의원은 부결, 최·이·권 의원은 표결 무산 폐기였다. 당시 의석 분포를 보면 민주당 123석, 자유한국당(새누리당) 122석이었다. 여야 구분 없이 ‘동료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는 결론에 달했다. 21대 국회 들어 정정순(민주)·이상직(민주)·정찬민 의원(국)까지는 가결되다가 노 의원·이 대표에서 다시 과거로 갔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이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과 관련해서다. 많은 언론이 이 부분과 비교하는 것이 정찬민 국회의원의 경우다. 같은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때 마지막 신상 발언에서 정 의원이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제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서겠다.” 적어도 그는 면책특권에 숨지 않는다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물며 이재명 대표다. 특권 없애기를 신조처럼 말했다. 죄가 없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구속영장에 대해서도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그의 지지자에게는 한 점 의심 없는 무고함을 피력해온 그다. ‘영장 심사에 당당히 임하라’는 조언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무렴 민주계 원로들이 이 대표의 구속을 종용한 것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당당함과 너무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연명하는 수준의 결과를 받았다. 표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우리 정치사에 특권 정치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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