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독립 만세"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고자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그날이 다가왔다.
1919년 3월 1일. 일제의 혹독한 무단통치와 식민지 체계에 반발한 우리 민족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민족 대표 33인의 독립선언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민족해방운동(3·1운동)을 펼쳤다.
2개월간 1천542회의 운동이 전개, 참가인원만 모두 202만4천89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 발생한 사망자는 7천509명, 부상자 1만5천961명, 검거자 5만2천770명에 달한다. 또 이 시기 교회 47개소, 학교 2개소, 민가 715채가 일제의 만행으로 불타 사라졌다.
이를 기억하고자 대한민국 정부는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 삼일절을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지정했다.
나라를 빼앗겼던 뼈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삼일절. 단순히 '빨간 날', '태극기 다는 날'에 그치기보단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삼일절, 경기·인천·서울 수도권 내 가볼만 한 ‘역사 현장’을 살펴봤다.
◆ '경기도' 내 역사의 현장
경기도에서 전개된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 시작해 4월 23일까지 계속됐다. 당시 경기도내 전체 22개 시군이 모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제암·고주리 학살' 항일애국정신 기록... '화성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도내 각지 운동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 한 곳은 화성시다. 대표적으로는 4월 15일 '화성시 제암리 학살사건'이 있다. 제암리 주민들은 3·1 독립만세운동에 이은 만세운동을 벌였는데 이후 일본 헌병 30여 명이 제암교회에 주민을 감금,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교회와 가옥, 시신까지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후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져 일제의 만행이 폭로됐던 계기가 됐다.
기념관에선 불탄 예배당에 세워진 순국기념탑과 국내외 관련 자료를 모아놨다. 또 전시·교육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에 상주하고 있는 문화관광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당시 상황을 재현한 짧은 영화도 시청할 수 있다.
■ 1만5천여 명의 애국열사의 넋을 기리자...'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김포시는 3·1운동 당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참여한 곳으로 알려졌다. 1919년 3월 22일 월곶·검단면을 시작으로 3월 29일까지 양촌, 고촌, 하성 등지에서 총 15회에 걸쳐 1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운동에 참여했다.
김포지역의 3·1운동은 서울 3·1운동에 직접 참여한 인사들에 의해 사전 계획, 조직적으로 전개됐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오라니장터 3·1운동'이 진행됐다.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에선 전국·경기·김포지역 3·1운동을 자료와 영상을 통해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민족의 얼' 안중근 의사 사진첩도 전시돼 있다. 전시관 곳곳 놓인 스탬프투어 질문을 채워가며 지역에서 벌어진 독립운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 배 위에 울려퍼진 "조선 독립 만세"...'고양 행주산성 역사공원'
임진왜란 행주대첩으로 나라를 구해낸 호국 전적지로 잘 알려져 있는 이곳, 행주산성은 3·1운동과도 관련이 깊다.
수백 명의 고양시민은 일본 순사의 추격을 피해 행주나루터까지 걸음을 옮겨가며 목이 터져라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다. 나루터에 도착한 시위대는 배 위에 올라서도, 행주산성 정상 덕양산에 올라서도 3·1만세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고양 행주산성 역사공원에선 배 위에서도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치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영웅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 배출한 지역....안성 3·1운동기념관
'3·1운동 3대 실력항쟁지'로 알려진 안성시에서도 격렬한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안성시는 특히 전국에서 여섯번째, 경기도에서 첫번째로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안성에서 진행된 3·1운동은 다른 지역과 연결되거나 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 농민들이 주축이 돼 전 주민이 참가했던 운동이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안성 3·1운동기념관은 공립박물관으로,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이다. 정문에는 우리나라 최초 태극기부터 1949년 10월 태극기 제작법을 통일해 대한민국 국기로 공포한 현재 태극기가 배치됐다. 기념관 내 광복사에는 조선 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328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으며, '일제의 만행 체험'과 함께 안성독립운동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 "고문도, 죽음보다 나라를 잃는 게 두렵다" 기생 30여 명의 기개...'수원화성행궁'
수원의 자랑인 화성행궁은 돋보이는 규모와 격식을 갖춰 아름다운 궁궐로 꼽힌다. 일제감정기인 1911년부터 '지혜의원'이란 이름의 병원과 경찰서로 쓰이기 시작했다. 1919년 3월 29일엔 지혜의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던 기생 30여 명이 태극기를 들고 독자적인 만세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총검을 든 일본 순사들이 보는 앞에서 만세운동을 펼친 것은 모진 고문과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었다. 이를 계기로 수원 주민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만세운동에 합류했다고 전해진다.
◆ '인천광역시' 내 역사의 현장
1919년 3월 6일 인천공립보통학교(현재 창연초교) 학생들은 동맹 휴교를 주도, 만세 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이틀 뒤인 8일 독립선언서와 시위 참가를 호소하는 격문이 시내에 뿌려졌고, 학생과 청년 약 300명이 각국공원(현재 자유공원)에서 만세 운동을 진행하는 등 대규모의 만세 운동이 이어졌다고 한다.
■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황어장터 3·1만세운동 기념관'
황어장터 만세운동은 인천지역에서 가장 대대적으로 전개된 만세운동이다.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 역할'과 전국 만세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1919년 3월 24일 600여 명 주민은 장날을 이용해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에 항거했다. 이 운동으로 이은선 열사가 일본 순사의 칼에 맞아 현장에서 순국, 40여 명이 일본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심혁성·이담·임성춘·최성옥·전원순 등이 옥고를 치렀다.
전시실, 기념탑, 연못과 황어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기념관에는 황어장터 3·1만세운동의 전개와 역사적 의의를 다룬 문건들이 전시됐다. 지난 2005년 5월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인천개항박물관'
3·1운동 이전인 1883년 개항 이후부터 일제 감정기가 시작되는 1910년 이전까지의 역사도 살펴보고 싶다면, '인천개항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인천개항박물관은 옛 일본 제 1은행 인천지점 건물로 사용되던 곳으로, 일본이 한국의 금융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계획돼 세워진 곳으로 아픈 과거가 남겨져 있는 장소다.
중앙 돔형식의 후기 르네상스 양식 석조건축물로 건축된 근대 건축물이다. 총 4개의 상설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 '서울특별시' 내 역사의 현장
서울은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인만큼, '3·1운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 3·1운동의 시작점...'탑골공원'
사적 제354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 도심 내 공원인 탑골공원은 3·1운동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이다. 고려시대 흥복사가 있던 자리에 1465년(세조 11년)에 원각사라는 절이 세워졌으나, 연산군 때 폐사됐고 고종 34년에 영국인 브라운의 설계에 의해 공원으로 조성됐다.
3·1운동 당시 이곳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만세를 외쳤고, 학생 대표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팔각정이 남아있다. 입구는 삼일문으로 돼 있고, 손병희 선생이 대표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할 때 그 자리를 함께 한 33인의 성명도 볼 수 있다.
■ 일제 탄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서대문형무소역사관'
대한민국 말 일제의 강압으로 지어졌던 감옥을 그대로 보존한 곳으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와 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 교육의 장이다.
서대문독립공원 내 있으며 3·1운동 직후 유관순 열사가 투옥돼 숨을 거둔 지하 옥사와 감시탑, 고문실, 사형장, 옥사 7개동, 역사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관사와 고문실로 쓰이던 역사전시관에는 영상자료실, 형무소역사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벽관과 독방 등 옥중생활실 등이 있다. 사형장 옆 시신을 몰래 버리기 위해 만든 시구문이 복원돼 있다.
■ 190여 점의 유물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안중근의사기념관'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립운동가 중 한명인 안중근 의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남긴 19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내에는 안 의사의 성장 과정, 붓글씨, 사진, 건국공로 훈장과 서한, 공판 당시 신문 보도 내용, 유명 인사 휘호, 추모관, 스탬프 직어 보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존 등이 있다.
무료 관람과 무료 해설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