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목도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소송이다. 첫째, 학생 개인이 교육청의 위법 행위를 근거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둘째, 소송 당사자인 학생과 교육청이 소속 지역을 달리하는 원지 소송이다.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불거진 경기도의 학력평가 성적 유출이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피해 학생들의 손해를 경기도교육청에 청구하자는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남 순천 지역의 학생 인권 단체 대표인 김모 군(18)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소송 참여 인원을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940명가량이 김 군 측에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김 군은 “다만 온라인 설문조사는 단순히 참여 의향을 묻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고, 이 중엔 실제 참여 의사가 없는 응답자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사에서 취합된 인적 사항을 토대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 뒤 응답자들에게 소송과 관련한 설명을 한 이후에야 정확한 인원이 집계될 듯하다”고도 했다.
김 군은 이번 설문조사에 앞서 법무법인 측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 1인당 10만원의 청구액을 상정했는데, 이 역시 자문과 판례 분석으로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소송 목표 인원은 3천명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3억원 정도의 소송 가액이 예상된다. 김 군은 제소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본안 소송에 앞선 전치 절차도 밟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 보상 요구 통지서를 소송에 앞서 2, 3차례 보내겠다고 했다.
김 군의 설명대로면 10일 이후에 소장 접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자료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달 19일 새벽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암호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에 2학년 개인 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교육청은 곧바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문제는 해킹 당한 자료가 전국적이라는 점이다.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 27만여명이다. 이들의 시험 성적과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겨 있다. 순천 지역 고교생인 김 군이 이번 소송의 당사자 자격을 주장하게 되는 근거다. 김 군의 해결 방식이 옳으냐에 대한 논박이 있다. 전통적인 교육 가치관에 맞느냐는 이견도 있다. 피해자 특정이 될 수 있느냐는 법률적 토론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 자체가 유례 없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판단에 맡길 대목이다. 교육계, 학부모, 학생들이 각자 판단하면 된다. 다만 사고 이후 경기교육청의 미진한 대처, 진척 없는 경찰 수사 등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런 미덥지 않은 모습이 이런 행동까지 유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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