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이 보내온 글에서 ‘녹명(鹿鳴)’이라는 낱말을 배웠다. 녹명이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배고픈 동료 사슴들과 먹이를 나눠 먹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라고 한다. 즉, 녹명은 함께 나누고 함께 살고자 하는 울음소리인 것이다.
요즘 ‘메세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메세나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이러한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가를 적극 지원했던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메세나 사례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꼽는다. 피렌체를 지배한 350년 동안 후원한 문화예술이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예술과 기업이 상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예술문화 지원을 통해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홍보 전략으로도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이러한 활동이 예술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인의 입장에선 예술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 활동의 확산을 통해 시민과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지역 간, 세대 간 예술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삶의 질을 높이고 타인과의 공감대를 공유해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이 녹명이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사회가 공동체라는 인식,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기업과 예술가의 공통 과제로 남겨질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마른 가지마다 조반월(爪半月)만큼의 연초록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새싹이 자라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은 땅의 영양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빛과 비와 바람의 몫이다. 역시 녹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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