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드는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최근 시청자들이 TV에 나오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치뉴스가 나오면 아예 TV를 끈다고 한다. 신문을 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치와 관련된 기사는 보지 않는 신문독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정치 관련 뉴스에 대한 기피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정치에 대한 혐오증까지 확산될 것 같다.

 

지난해 있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돼 이들의 갈등 양상을 보도하는 정치 관련 뉴스는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인물이 고정적이고 보도 내용도 특별히 새로운 것 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시중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호비방, 인격모독, 거짓말은 일상화되고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런 현상은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 모두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며, 지난 토요일부터 나흘간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가 실시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책임 있는 여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비전의 제시는 보이지 않고 윤심(尹心) 논란과 함께 후보들 간 이전투구만 뉴스에 보도된다.

 

고물가, 수출부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도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당을 망칠 사람” “가짜 뉴스” “땅 투기자” 등과 같은 막말만 난무했다. 보수 정당의 미래나 당의 쇄신 방안 제시를 통해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집권당의 위상을 추락시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과연 정국을 어떻게 이끌지 염려된다.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당 대표를 위한 정당” 또는 “국민을 위한 정당”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당내 싸움이 격화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는 물론 당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소집을 요구한 3월 임시국회는 “무엇을 위한 국회”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모르겠다. 3월1일은 독립운동을 기리는 공휴일임을 알면서도 민생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놓고는 정작 국회는 상임위원회 하나도 개최하지 않았다. 더 가관인 것은 국회의원 20여명은 지난 2일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를 위한”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2박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국민들은 극도로 피로가 누적돼 있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없으면 스스로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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