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진 마을버스 타 보긴 했나, 도지사∙시장∙군수들

마을버스는 말초 단위의 대중교통이다.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운행한다. 기본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노선이다. 주목할 것은 이용자층이다. 경제적 사정 또는 고령으로 자가용을 사용할 수 없는 시민들이 많다. 어찌 보면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배차간격이 하세월이고, 운행 차량 상태도 엉망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시내버스 지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시내버스 업체가 지난해 경기도와 시·군에서 받은 지원금이 3천22억여원이다. 수도권 환승할인 보전금, 청소년할인결손보전금, 적자노선지원금 등 모두 8개 항목이다. 마을버스는 그 10분의 1 수준인 289억원을 받았다. 단순하게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지원하는 항목부터 차별이 심하다. 시내버스가 받는 지원금 항목 8개 가운데 6개는 마을버스에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대중교통인데 현실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마을버스도 고통이다. 협회가 22개 시·군의 마을버스 운영 실태를 집계했다. 1일 평균 이용객 수가 지난해 76만8천731명이었다. 2019년에는 96만6천360명이었다. 3년 만에 20% 줄었다. 2021년 현재 도내 마을버스가 2천883대다. 하루 평균 수익금이 33만원이다. 표준 운송 원가는 51만5천원이다. 버스 한 대가 하루 18만4천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계속 운행하는 게 신기할 판이다.

 

지자체마다 교통복지, 교통편의를 주창한다. GTX니 3호선이니 하는 철도 교통에는 수조원도 척척 써낸다. 시내버스니 광역버스니 하는 주류 대중교통에는 툭하면 신차 도입이다. 그런데 이런 예산 투입에 마을버스는 없다. ‘신경 쓰고 있다’고 항변하겠으나 드러나는 게 없다. 지난해 1년간 교통 관련 보도자료를 그러모아 보자. 철도교통 얘기, 광역·시내버스 얘기가 많다. 그 보도자료 중에 ‘마을버스’가 몇 건인가. 있기는 했나.

 

지난주에도 경기도의 교통 자료가 배포됐다. 2층 전기버스 40대를 올해 추가로 들여온다는 발표였다. 국비 96억원 등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과 진동도 적어 쾌적한 승차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는 어떤가. 어떤 마을버스는 ‘봉고 버스’라 불린다. 너무 작아 환기도 안 된다. 출퇴근길에는 승객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려 어르신들은 서 있기도 어렵다.

 

이게 경기도 마을버스의 실태다. 통근복지를 선창해 온 경기도의 실상이다. 그래서 도지사·시장·군수들에 시승을 권해본다. 외진 마을버스 노선을 꼭 타보길 권한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출발한 버스 꽁무니를 쫓아 달리는 시민을 볼 수도 있다. 8억원짜리 2층 전기버스가 다른 나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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