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관계자가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축산물공판장은 경기도 소관 업무다. 축산물복합단지 조성에 관여할 사항이 없다.” 8년째 표류하는 부천축산물공판장 건립에 대한 설명이다. 부천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 유통집합시설이다. 인근 주민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기대·우려가 크다.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그것이 곧 시정이다. 경기도 업무면 경기도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고, 중앙정부 업무면 중앙정부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다.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 축산경제가 중앙회 이사회에서 안건을 보고했다. 부천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다. 도축부터 각종 포장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시설이다. 이를 위해 농협 축산경제는 땅 2만8천185㎡를 LH로부터 사들였다. 기존 공판장 부지까지 포함해 대지면적 6만1천㎡다. 건물 연면적만 7만2천㎡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최첨단 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었다. 2016년 1월 착공해 2018년 개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심쿵하게 시작한 사업이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당초 예고했던 복합단지는 흔적도 없다. 일부 창고 건물만 지어져 있을 뿐이다. 넓은 부지는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매입으로부터는 8년이 지났고, 예정완공시점으로 봐도 5년이 지났다. 계획을 알고 있던 시민들은 궁금해한다. 최대·최첨단이라고 홍보했던 터니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추측이 나돈다. 대표적인 추론이 ‘투기성 부동산 매입 의혹’이다. 애초 땅장사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농협 축산경제 측은 부인한다. 행정절차 문제(2016년), 설계사무소 문제(2017년), 건축물 허가 문제(2019년)를 든다. 과연 그럴까. 1천500억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행정 절차로, 설계사무소 파행으로, 육가공공장 허가 문제로 계속 밀린다는 게 말이 되나. 공교롭게, 그사이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농협이 매수할 때 ㎡당 139만원이다. 지금 주변시세는 292만~385만원이다. 300억원에서 최소 800억원, 최대 1천억원짜리가 됐다.
큰 기대를 걸었던 시민만 답답해졌다. 8년 연기된 이유도 설명 받은 바 없다. 복합단지에 대한 믿음 자체가 사라졌다. 그 땅이 매각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2016년 매입 토지만 3만㎡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다. 도시의 밑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불안하다. 도시 전체를 구획하는 게 부천시 행정 아닌가. 초기에는 농협 측과 많은 협조 관계도 있었다고 한다. 인허가 절차도 도왔고, 부지 매입도 거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도 부천시가 관여하고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괜찮은 시설 온다고 할 때는 옆에서 돕다가, 사업 지연돼 욕 먹는 땅이 됐다고 관심 끊는다. 그건 좋은 행정이 아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