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합장 4명 중 1명, 무투표 당선/이런 선거, 국가가 관리해야 하나

4곳 가운데 1곳이 무투표 당선이다. 혼자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당연히 현직 연임 비율이 높다. 무려 95%에 달한다. 이런 투표를 굳이 국가가 관장해야 하는가.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작금의 현실은 문제다. 손을 뗄수 없다면 선거에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 180명, 인천에서 23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농협(축협)·수협·원예·인삼 등의 단위조합 대표자다. 조합장은 조합별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총괄한다. 그중에도 자체 금융사업에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조합원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할 만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선거는 무탈하게 끝났다. 탈·불법 선거에 대한 감독이 엄하게 이뤄졌다는 평이 많다. 국가 관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면 아주 보기 민망한 모습도 드러났다. 지나치게 많은 단독출마·무투표 당선이다. 경기도에서 42개 조합이 투표 없이 조합장을 냈다. 23.3%다. 인천시에서도 4개 조합이 그랬다. 17.3%다. 경쟁자 없는 선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얘기가 다르다. 무투표 당선이 4개 가운데 1개, 5개 가운데 1개 꼴이다. 단언컨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겨우 이런 투표를 감독하려고 혈세·공권력을 투입한 건가. 공정성만큼 부각되는 효율성 문제다.

 

어쩌다 한 번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다. 앞선 두 번째 선거는 2019년에 있었다. 그때도 후보자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 조합이 경기도 28곳, 인천 2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뒤인 2027년에 또 치러진다. 그때는 ‘무투표 당선 30%’에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고민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리 이후 개선된 점은 많다. 금품 선거, 부정 선거가 줄었다. 후보나 유권자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길었던 ‘고무신 선거’의 폐습이 사라졌다. 선관위가 다시 손을 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불공정으로의 역주행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4곳 중 1곳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을 보고만 있을 일도 아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거 참여 열기를 높여야 한다. 후보와 유권자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점에서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선관위 역할이 꼭 단속과 적발에만 있지 않다.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대선, 총선에서의 홍보·안내와 조합장선거에서의 그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특정 집단만의 선거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업무를 관장하는 선관위의 기본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후보자·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한층 배가하기 바란다. 물론 가장 시급한 건 폐쇄된 조합장선거 풍토 개선이다.

 

얼굴 아는 조합원끼리 정(情)으로 한다는 그들만의 정서다. 그러니 경쟁에 주춤거리고, 변화에 멈칫되는 것 아닌가. 변하기 쉽지는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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