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안산갈대습지가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육지화되고 있다. 시화호를 살린 갈대습지가 다시 시화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환경오염 우려와 함께 멸종위기생물의 서식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인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됐다. 갈대 등 수생식물을 이용해 생활 오폐수·축산 폐수 등을 처리하는 자연정화 방식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68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7년 착공해 2005년 12월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면적이 103만8천㎡(31만4천평)에 이른다.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로 이관됐고, 안산시의 경우 2020년 안산환경재단이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안산갈대습지는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을 관찰할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시화호는 갈대습지 조성으로 생명의 호수가 됐다. 시화호에는 세계적 희귀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수달, 칡부엉이 등 각종 조류, 식물, 포유동물 등 400여종이 서식한다. 겨울엔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진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시화호를 지켜주는 안산갈대습지가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며 육지화돼 가고 있다. 이곳이 습지 역할을 못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지 못하게 되고, 동식물의 서식도 위협받게 된다. 생태계의 보고 시화호가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기일보 기자가 안산갈대습지를 탐사한 결과, 저습지 지역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습지 안에는 2~3m 무성히 자란 갈대 등 습지식물과 토사물 등 부유물이 잔뜩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 수위는 지난해보다 6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갈대 습지의 육지화는 습지 물이 빠져나가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부유물이 쌓인 채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수달 등의 생물이 잘 안 보인다.
물 공급이 안 돼 습지 역할을 못하게 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기 어렵다. 안산시는 수위를 높이기 위해 용수를 공급하고, 갈대도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미흡하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오염으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갈대습지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함께 체계적·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갈대습지 보호를 위해서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 파괴와 오염, 불법 수렵행위 등을 막고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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