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예금보호한도 상향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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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최근 파산했다. SVB는 자산 277조원 규모의 미국 16위 은행이다. SVB의 파산은 이 회사가 망할 거라는 소식이 들리자 불안한 예금자들이 휴대폰 앱을 이용해 하루 만에 50조원 넘는 돈을 빼갔기 때문이다. SVB는 순식간에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파산하게 됐다.

 

미국은 1인당 25만달러(약 3억3천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준다. SVB엔 스타트업 기관 등 고액 예금자가 많아 약 90%에 달하는 예금이 보호범위 밖에 있었다. 미국 정부는 논란이 있음에도 ‘예금 전액보호’라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전격 시행했다.

 

SVB 파산 사태에 우리 금융권과 경제계가 술렁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와 부동산 급락, 경상수지 악화 등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터진 악재라 걱정이 컸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2의 리먼 사태 경고등’, ‘전 세계 스타트업 줄파산 위기’ 등의 전망을 내놨다. 다행히 미 당국의 긴급조치로 불안 확산을 잠재웠다.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의 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대신 지급해주는 최대 한도다.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1인당 5천만원이다. 2001년 1월 이후 22년 넘게 그대로다.

 

예금자보호법에는 ‘보험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동안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1년 대비 3배, 예금 규모는 4배 넘게 증가했다. 경제 규모로 봐도 그렇고,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예금자보호한도가 너무 낮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10만달러(1억3천만원)~11만달러(1억4천300만원)다.

 

평생 모은 예금에 노후를 의지하는 은퇴자들이 낮은 예금보호한도 때문에 5천만원 미만으로 쪼개 여러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국회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예금자보호 안전망을 확충·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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