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에서 소동이 있었다. 붉은색 투쟁복 차림의 30여명이 모였다. 머리띠와 조끼 차림의 이들이 찾은 곳은 한 사무실이다. 제대로 된 사무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은 공간이다. 사무실 간판에 ‘상생협력센터’라고 적혀 있다. 무슨 상생을 뜻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무실 앞 대형 현수막에 힌트가 있다. ‘경기(화성)국제공항을 조속히 추진하라’. 그랬다. 30여명은 경기남부 국제공항에 반대하는 화성시대책위원회 소속이었다.
화성국제공항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찬성과 반대 싸움에는 이젠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이날 항의 사태는 성격이 조금 특별했다. 이 ‘허름한’ 사무실의 운영자는 놀랍게도 수원특례시였다. 수원시 공항협력국이 화성시 봉담음에 연 사무실이다. 사무실 간판에 ‘수원특례시’를 적지도 못했다. 공항협력국을 알 수 있는 어떤 표식도 못했다. 기관 사무실에 항의단이 오면 담당 공무원이 나오는 게 상례다. 하지만 누구도 당당히 나서지 못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화성시에서 찬성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오해 받을 소지가 큰 얘기다. 지금까지 화성지역의 찬성 여론을 다 수원시가 지원해 왔다는 얘긴가. 집회 비용 지원해주고, 사무실 비용 보태 왔다는 것인가. 간접적 지원이야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화성시 땅에 사무실을 내는 지원이다. 화성시의 공식 입장-공항 이전 반대-에 반대하라고 조장하는 지원이다. 선은 넘는 월권이다.
설명을 하나 더 한다. “공항 정보를 화성시민에게 공유해 드릴 필요가 있었다.” 이 무슨 난데 없는 소린가. 모든 행정 정보가 인터넷으로 오가는 세상이다. 개인 송사(訟事)·개인 질병(疾病)까지 인터넷으로 주고받는다. 공항 논쟁도 쭉 그렇게 했다. 화성시와 수원시가 수많은 정보를 생산 유포했는데, 그거 다 인터넷으로 했다. 인터넷 만화, 인터넷 알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원시가 정보 뿌린다며 화성시에 사무실을 열었다. 전단지라도 뿌린다는 건가.
수원시 해명이 궁색하다.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다.
화성시와 수원시의 ‘공항 갈등’이 수년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갈등만 남았었다. 그러던 두 시의 작은 교감이 오간다. 민선 8기 들어 형성된 작지만 의미 있는 분위기다. ‘3호선 연장’ ‘신분당선 연장’ 등 현안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때 불거져 나온 ‘황당한 사무실 논란’이다. 화성시가 도로 싸늘해졌다.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화성시 행정구역에 야금야금 들어와 일방(찬성)의 목소리를 지원하려고 한 것이다...엄연한 자치권 침해다”.
수원시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한 것인가. 이 사무실이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고, 화성시가 화 안 낼거라고 생각했나. 수원시가 틀렸다. 사무실은 들켰고, 화성시는 분노했다. 그리고 수원시민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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