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전 경기지사 장남이 구속됐다.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풀려난 지 불과 5일 만의 재범이다. 마약류 사건에서조차 극히 드문 경우다. 자연스럽게 5일 전 석방을 살피게 된다. 당시 영장전담 판사가 검찰 영장을 기각했다. 언론에 알려진 기각 사유는 이랬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때는 별다른 이견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5일 만에 또 투약했다. 그때 사유를 다시 보게 만든다.
판사 결정을 논평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범죄’란 있을 수 없다. 범행 동기, 수법, 환경 등이 모두 다르다. 판사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살피는 유일한 지위다. ‘범죄가 이러니 구속해야 맞다’ 식의 일반적이고 획일적인 판단은 그래서 대개 옳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가늠하게 되는 기준이라는 것도 있다. 기본적으로 법도 최소한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남씨(32)의 이번 사건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고 따져볼 여지가 있다.
상습성은 마약 사범 처벌에 중한 기준이다. 남씨의 상습성은 누가 봐도 증명돼 있다. 2017년 대마를 흡연하다가 붙잡혔다. 중국 베이징과 서울 자택 등에서였다. 구속됐고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올 1월에는 펜타닐 투약 사실을 자수했다. 이러다가 지난달 23일 또다시 체포된 것이다. 영장 기각 당시 남씨는 실형 전과가 있고, 마약 치료를 받고 있고, 마약 투약 자수 사건이 진행 중인 상습범이었다. 대개의 국민은 이쯤에서 구속을 말한다.
그런데 기각됐다. 항간에는 가족사 등을 감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이런 것은 공개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다. 판사가 이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혹 그렇다 치더라도 이와 모순 되는 가족사가 있다. 남씨의 마약 투약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바로 그 가족들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가족이 그의 격리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판사가 영장을 기각했고, 남씨를 그 가족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가족은 남씨를 다시 신고했다.
마약이 우리 주변에 와 있음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가 있다. 2012년 18, 2015년 23이었다. 이게 2020년 35로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31을 기록했다. 여기에 남씨는 동종 전과, 마약 치료, 범행 자수, 가족 신고 등의 기록까지 있었다. 여기까지로도 기각해야 할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필요성을 말한 걸까.
전직 도지사의 위력은 아닐 것이다. 판사가 봐주기 한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 사법부가 그렇게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남긴 불신은 크다. 일반 국민 눈에 목격된 정황-동종 전과 마약 사범을 석방했는데, 5일 만에 다시 투약해 체포됐고, 그 법원이 이번에는 구속했다-이 그렇다. 전 경기지사 아들 아닌 누구였더라도 결론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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