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명으로 편찬한 '이충무공전서' 거북선 그림, "군사 비밀코드 숨겨져 있다"

기밀 유출시 복제 방지 위해 개판 구조 등 다르게 조작

정조대왕명으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95년 14권 8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 이 책 귀선도설에 나타난 통제영(왼쪽) 및 전라좌수영거북선(오른쪽)의 일러스트레이션. 홍순구 교수 제공 

 

파주시가 1413년 임진강에 등장한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재현사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충무공전서’ 거북선 그림에 정조대왕의 비밀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북선 구조는 군사기밀로 유출 시 적이 복원해 공격할 수 있는 위험성으로 인해 거북선 개판의 구조와 용머리 등을 실제와 다르게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충무공전서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정조의 명령으로 1795년 14권 8책으로 편찬해 당시 통제영 및 전라좌수영 거북선 일러스트레이션과 구조 치수 설명문 등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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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구 순천향대 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 교수

2일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한 홍순구 순천향대 교수(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가 최근 조형미디어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설의 일러스트레이션 표현 연구’ 논문에 따르면 홍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두 거북선은 당시 수군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거북선”이라며 “실제의 그림과 설명문 등을 외부에 노출시킨다는 건 특수전함의 군사기밀 유출로 적이 복원해 공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거북선 그림 표현에 군사적 비밀 코드가 숨겨져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기밀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이 창제한 ‘별제귀선’은 3층 구조다. 조선 수군이 폐영되는 1895년까지 304년 간 거북선의 기본 구조가 전승돼 왔다”며 “거북선은 3층까지 사방과 천장 등을 판자로 덮은 높은 구조인데도 좌충우돌해도 전복되지 않는 건 개판 상단이 평면이고 전후좌우가 사다리꼴 구조로 복원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요한 군사기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북선 일러스트레이션 표현에서 개판 상단 평면구조를 숨기기 위해 실제 거북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둥글고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 있는 돔 형태로 과장되게 표현해 거북선은 거북과 유사하게 생긴 것으로 인식되도록 조작했다”며 “당시 조정과 도화서 화원은 거북선 개판 구조를 해석할 수 없도록 과장된 표현과 중첩, 시각적 착시 등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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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좌수영 거북선의 홍순구교수 복원도. 맨 위 개판 상단이 평면이고 전후좌우가 사다리꼴 구조다. 홍순구 교수 제공

 

같은 이유로 용머리도 상대적 크기의 비례를 고려하지 않고 크게 과장됐고 중첩 효과로 개판의 전면을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다. 설명문에도 중요한 수치의 의도적 누락, 부분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표현과 설명 등을 다르게 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1794년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 나타난 각종 도구에 대한 도화서의 일러스트레이션 표현을 통해 입체 구조 표현이 사실적으로 같은 시기에 편찬된 거북선의 표현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거북선 그림은 군사기밀 유출과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도화서에선 의도적으로 비밀 코드를 숨겨 오류를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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