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지원 편싸움 인천시의회... 정치 산수만 배웠나

인천시의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놓고도 ‘정치 싸움’만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것도 별 실효성도 없는 시의회 결의안 채택을 놓고서다. 여야가 갈려 한쪽 편에서 발의하면 다른 편에서 끌어내리는 식이다. 상대편을 끌어내리는 방법도 진화해 ‘결의안 보류 동의안’까지 등장했다. 이러는 사이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가슴에 피멍이 든다. 조직적 전세사기범들에게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털린 사람들이다. 어차피 별 도움도 못될 시의회 결의안이니,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모양새를 보였다. 중앙 정치의 못난 모습만 닮아가는 지방 정치의 자화상인가.

 

인천시의회는 지난 19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주택 전세사기 대책 촉구 결의안에 대한 보류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여당 소속 한 시의원이 상정한 이 안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23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 보류 동의안은 최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발의한 안건에 대한 대항마였다. 민주당이 낸 주택 전세사기 대책 촉구 결의안이다. 상대방이 낸 이 안건을 보류시키자며 다수결로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이 상정한 결의안도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시의회 차원의 사전 논의나 협의도 없이 민주당 소속 의원 14명만 발의에 참가했다. 그것도 중앙당의 당론에만 맞춘 내용의 결의안이었다. 전세사기를 사회적·경제적 재난으로 규정,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청구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피해자 인정 조건 및 지원 대상 범위를 크게 넓히자는 내용이었다.

 

민주당만의 이런 결의안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처음엔 아예 부결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보류’시키기로 결론냈다. 그런데 국민의힘도 상임위(건설교통위원회) 심의 때는 이 결의안을 그냥 통과시켰다. 결의안 내용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놓고는 수일 만에 방침을 바꾸고 이어 본회의에 보류 동의안을 들이민 것이다.

 

인천은 전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런 지역의 지방의원들이 피해자 지원을 놓고서는 정치 산수에만 몰두한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 시의원들끼리만 결의안을 마련할 때는 어떤 속셈이었을까. 뻔히 보인다. 결의안이 효과가 있든 말든, 생색내기에 바빴을 것이다. 민주당만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는 정당이라고. 보류 동의안을 고안해낸 국민의힘도 그 정도 수준이다. 그냥 부결시키자니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눈치가 보였을 것이다. 22일 국회가 전세사기특별법에 마침내 합의했다. 자신들을 뽑아 준 시민들이 전세사기로 우는 판에 인천시의원들은 당리당략에 바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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