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가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긴급 대출이다. 한도가 100만원에 지나지 않고 대출 이율도 낮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길게 줄을 선다고 한다. 대출 상담을 받는 데만도 1주일씩이나 기다리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으로 단돈 몇 십만원도 어디 기댈 곳 없는 이들이다. 최대 100만원이라고는 하지만 긴급 의료비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처음에는 대개 50만원 대출에 그친다고 한다. 우리 사회 저변에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이렇듯 많은 것이다.
인천에는 2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있다. 지난 22일 이 센터들의 상담 창구 풍경을 들여다보자.(경기일보 23일자 1면) 인천 계양구 계산동 계양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0여명이 상담을 받았다. 사전 예약을 통해 상담을 받지만 하루 치 예약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3월 말부터 시행했지만 여전히 예약 홈페이지가 느려질 만큼 몰린다. 같은 날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도 같은 모습이다. 창구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가득 기다린다. 예약을 하고서도 1주일씩이나 기다린 끝에 그나마 상담 창구에 앉은 사람들이다.
상담 창구를 찾은 이들의 사연은 애절하다. 70대의 한 어르신은 밀린 임대주택 임차료와 끊긴 전기·가스요금을 정리하려 센터를 찾았다. 한때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에 하던 일이 있어 이마저 끊겼다.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겨 당장 손 벌릴 곳이 없다. “100만원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라 했단다.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은 지난 3월27일 출시했다. 이후 인천에서는 지난 4일까지 2천152명이 이 긴급대출을 받았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영업일만 따지면 29일 동안이다. 금액은 13억2천680만원이다. 평균 61만원 정도씩 받아간 셈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당장 생계비가 부족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연체 이력에 따른 신용불량으로 자칫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소액대출이다. 대출 한도가 100만원이고 이율도 15.9%로, 은행과 비교하면 4배나 비싸다. 이런데도 몰리는 것은 그나마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최근의 경제 상황에 이들 금융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같은 정책금융상품의 공급량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나아가 인천시나 군·구 지자체들도 한계 상황의 주민들을 위한 긴급생계비대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바로 인천시민들이 소액생계비대출에 목을 매는데도 정부에만 떠넘길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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