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영업을 마친 수원특례시 영통구 망포동의 서른책방에선 조금 특별한 독서 모임이 진행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펴낸 ‘나는 돌봄하고 있습니다’를 읽고 느낌을 풀어낸 서평단, 그리고 실제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은 가족돌봄청년과 관계자 등 13명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책 속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청년 봄, 진수, 동그라미, 샐쿵, 곰돌이, 라일라, 스간 등 7명(전원 가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자립준비청년을 거쳐 가족돌봄청년이 된 이들, 위탁가정에서 돌봄을 받다가 어느샌가 가장이자 돌봄의 주체가 된 이들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책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인터뷰를 거쳐 12월 출간된 뒤 세상과 만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가족돌봄청년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빠와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고등학생 봄씨는 슬픔에 잠길 시간조차 아까워 정신을 붙잡고 삶을 꾸려나갔다. 샐쿵씨도 어느 순간 집안의 가장이 됐고, 스간과 라일라씨도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의 보호자가 됐다. 동그라미씨는 보육원을 퇴소한 뒤 만난 어머니의 투병을 돕고, 곰돌이씨는 아버지가 가출한 뒤 할머니를 위해 동생과 함께 돌봄의 무게를 나눠 짊어진 삶을 묵묵히 버텨왔다. 스무 살 진수씨는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를 돌보느라 간병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누군가의 자녀인 진수씨는 동시에 누군가의 보호자가 됐다.
모임 참여자들은 이날 ‘가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고, 평소 ‘돌봄’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도 함께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각자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발취해서 읽어보고 나누고 싶은 구절을 공유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7명의 서평단 중 한지언씨는 “126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팠다. 정말 샐쿵씨의 표현처럼 이 친구들이 돌봄의 대상과 자기 자신을 일치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본인만 챙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책임을 짊어진 친구들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이 있는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도와준다면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고통을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책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인터뷰를 통해 가족돌봄청소년을 만났던 구준선 사회복지사는 책을 줄글로 풀어 쓰지 않고 대화가 그대로 담긴 인터뷰집으로 출간한 이유에 대해 “자꾸만 손을 거치고 가공하면 이 친구들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가감없이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차원에서 인터뷰 형식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솔직한 내면을 공개한 가족돌봄청년 진수씨는 “엄마가 얼마나 외로우셨고 의지할 곳이 없었을까 이해는 충분히 하지만 엄마도 엄마의 삶을 계획해보는 것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봤으면 한다”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가족돌봄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용기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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