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병 키우는 배기 환기… '급기설비' 확충 시급 [죽음의 급식실 中]

도내 다수 조리실 ‘배기’ 위주 환기... 미세먼지·세균·바이러스 무방비 노출
전문가 “급기 강화해 공기 순환해야 급식종사자 건강 문제 최소화 가능”
도교육청 “전수점검 후 개선 방향 결정”

급식 종사자. 김기현기자

 

‘급식종사자 폐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리흄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 제대로 된 환기시설 설치가 시급하지만, 경기도내 학교 중 환기시설을 제대로 갖춘 학교는 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학교의 급식 조리실 환기시설이 배기에만 치우쳐 있어 급기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내 학교 중 조리가 이뤄지는 학교 2천291개교 중 환기시설에 급기 설비를 갖춘 학교는 140여개교(6.1%)에 불과했다. 

 

급기란 실외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급기 설비는 환기시설을 통한 배기 이후 자연급기 과정에서의 각종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등의 오염물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내 학교 급식 조리실에 설치된 환기시설은 대부분 배기(내부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아 있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압력으로 자연급기가 이뤄지는 형태다. 이러한 환기시설의 경우 외부 공기가 급식 조리실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등을 거르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환기는커녕 오히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우려까지 있다. 

 

실제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0년 연구보고서에서부터 조리흄을 암 유발 가능성이 큰 물질로 분류했고, 타이완에서는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조리환경에서의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22.7배가 급증한다는 분석 결과까지 내놨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교육청의 환기시설 정비사업 과정에서 제대로된 환기시설을 설치해 조리흄에 따른 폐암 발병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수원공고는 지난 2018년부터 급기설비의 일종인 공기조화기를 설치해 깨끗하게 정화한 외부공기를 설정한 온도에 맞춰 급식 조리실에 투입하고 있다. 사진은 신선한 공기를 투입해주는 급기덕트. 김기현기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오염된 공기가 나간 만큼 신선한 공기가 투입돼야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못 하다”며 “그러나 도교육청은 매년 해오던 배기설비 개선만 반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급기 설비를 통한 공기질 개선은 급기 설비 설치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공고는 지난 2018년부터 급기 설비의 일종인 공기조화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공기조화기는 깨끗하게 정화한 외부 공기를 설정한 온도에 맞춰 급식 조리실 곳곳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원공고 관계자는 “배기설비를 통해 빠져나가는 공기만큼 깨끗한 공기를 투입해 환기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공기조화기를 설치했다”며 “이후 환기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급식종사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김경섭 한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배기로는 급식 조리실 곳곳에 있는 유해물질을 모두 빼내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며 “급기를 강화해 구석구석 공기가 순환되게 해야 급식종사자 건강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두고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설치돼 있는 환기설비가 배기 위주인 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전수점검이 끝나면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