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전셋값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 대란에 이어 이번엔 ‘역전세’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빌라·오피스텔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아파트에까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가 폭락으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는 하반기에 극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2021년부터 전세 급등 장이 펼쳐졌는데 이때 전셋값을 대폭 올린 2년 계약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반환이 차질을 빚으면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1년 6월 대비 현재 전세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중 40% 이상에서 가격이 떨어져 역전세 이슈에 노출돼 있다. 10채 중 4채가 역전세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봐도 올 들어 5월15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8.89% 떨어졌다. 이는 작년 한 해 하락폭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8.69%였다.
종전 전셋값이 현재 시세를 한참 밑도는 역전세 현상은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심각하다. 전세 만기에 따라 집주인은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집값·전셋값이 동반하락하는 상황에서 6월에 전국적으로 3만가구 넘는 신규입주 물량까지 있어 역전세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4월 기준 16만3천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만6천가구에 비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 가구는 51만7천가구에서 102만6천가구로 2배가량 늘었다. 깡통전세든 역전세든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점은 같다. 규모로 보면 역전세가 더 심각하다. 전체 전세 거래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4월 기준 52.4%다.
역전세는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전세사기와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자칫 집값이 전세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전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세계약이 개인 간의 거래라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한꺼번에 터지면 최근의 전세사기 못지 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전세기한 만료 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어떤 식으로든 돈을 구해야 한다. 임대인이 돈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이 급증할 것이다. 역전세 매물이 매매 또는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럽게 된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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