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일당을 검거했다. 삼성전자 전 상무와 삼성전자, 계열사, 협력업체 직원 등 7명이다. 빼돌린 기술은 반도체 공장 설계다. 반도체는 특수한 공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이걸 빼내 중국에 ‘짝퉁 삼성전자’를 지으려 했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와 1.5㎞ 떨어진 곳이 예상 입지였다. 다행히 공장 설립 전에 모두 검거됐다. 반도체 공장 설계 유출 사건은 처음이다.
기술 유출 사건에 끝이 없다. 올 초에도 삼성전자 자회사의 전 연구원 등 7명이 적발됐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돌렸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됐다. 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팔아 넘겼다. 기술 유출의 상대국은 대부분 중국이다. 지난 3년간 기술 유출 국가를 보면 중국으로의 유출이 70%를 넘는다. ‘반도체 굴기’ 중국에 한국은 더없는 타깃인 셈이다.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지난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 사건 선고가 33건 있었다. 무죄나 집행유예 비중이 87%를 넘는다. 기술 유출 범죄가 침해하는 법익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산업 기술 유출이 93건 있었다. 피해액이 25조원 정도다. 이번 삼성전자 사건 피해도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형량을 정함에 있어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다. 사건 때마다 나오는 업계 반응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고 탄식한다. 기술 보유자들은 사람이다. 사람 두뇌를 단속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 연봉의 3, 4배로 유혹하는 건 기본이다. 상상 못할 뭉칫돈이 제시되기도 한다. 애사심·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단속 의지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범죄 심각성이 일반화될 수 있다.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 이번 수사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다. 수원지검에는 산업 기술 유출 범죄 수사의 특별한 역사가 있다. 1990년대 최고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도 수원지검이 했다. 이메일을 통한 기술 유출이란 생소한 범죄였다. 2018년 첨단산업보호전문수사단이 생긴 것도 수원지검이다. 당시 한찬식 검사장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러한 수사 전통이 또 한번 이어지는 듯하다.
평가하고 갈 일이다. 아주 좋은 수사다. 국가와 국민에 큰 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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