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023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성매매와 강제노동까지 모두 포괄적인 ‘인신매매’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부터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22년 4월~2023년 3월 188개국을 평가한 것이다.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등을 토대로 1~3등급으로 구분했다.
한국은 인신매매 2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보고서 발간 첫해에 가장 나쁜 3등급을 받았으나 다음 해부터 1등급을 유지하다 지난해 2등급으로 강등됐다. 국무부는 한국에서 외국인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외국인 노동자 착취 사례가 빈번하며, 한국 정부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사례들을 언급했다. 아시아 국가와 중동·남미 여성들이 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서 강제로 성매매를 한다고 했다. 외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하는 비자(E6-2)로 입국한 뒤 외국인 전용 술집에 취업하는데 상당수가 성매매를 하며, 업주 등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여권을 빼앗긴다고 했다. 안마시술소나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며 피해자 중 탈북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농촌지역의 국제결혼에서 외국인 여성을 학대하거나 성매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 강요 범죄도 지적했다.
노동 착취 문제도 심각하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에 약 20만명의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가 있지만,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고 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입국 과정에서 막대한 알선 수수료로 빚더미에 오른다고 했다. 피지나 태평양 먼 바다로 나가는 원양어선에서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월급을 제때 주지 않고 학대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한국인 노동자가 염전이나 축사, 어선 등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린다고도 했다.
미국 본위의 평가이고, 지적과 권고가 모두 타당하진 않다 해도 틀린 내용이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한에는 인권 개선을 촉구하면서 정작 우리 내부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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