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로마의 한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첫 체인을 론칭하면서 카를로 페트리니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면서 시작됐다. 본능적 쾌락인 단맛과 기름진 맛으로 사람들을 자극하는 패스트푸드가 전통 식탁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슬로푸드 운동은 구체화됐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퍼뜨리는 가공식품으로 인한 폐해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령이었던 퍼시픽아일랜드 지역 미크로네시아의 경우 주민 90% 이상이 비만이고 80% 이상이 당뇨병에 걸리는 등 매우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에 세계의 많은 영양학자들이 주목한 바 있다.
이곳 원주민들의 주식은 전분질의 빵나무 열매나 바나나, 어류였으나 미국식 햄버거나 피자 가게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기름지고 단 음식에 현혹돼 집단적인 대사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맨발로 생활하는 원주민들에게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족부병증과 괴사에 의한 절단은 패스트푸드가 지닌 시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압축성장을 통한 산업화, 세계화와 함께 서구의 가공식품들이 우리 전통의 밥상을 밀어내고 식탁을 점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1997년 일어난 외환위기 이후 햄버거나 치킨, 피자, 도넛 등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이 도시의 요지를 차지하고 외식에서도 육류, 유제품 또는 기름에 튀긴 음식 일색으로 바뀌었다. 각종 암에 의한 사망률과 청소년들의 비만 증가율은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슬로푸드인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의 발효식품이 있다. 오랜 세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식품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음식은 자연의 시간에서 얻어진 것이어서 달팽이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 고유의 밥상을 찾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진정한 슬로푸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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