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그리스社 재탕·백지화 자랑했으면 책임도 말해야 LG필립스 등 경기도 역사
현지 시각 4월 12일. 미국 컨네티컷주 인테그리스 댄버리 기술센터다. 현수막에 '투자 협약 체결식'이라 써 있다. 더 큰 글씨가 밑에 있다. '경기도-인테그리스-수원시'. 이를 배경으로 세 명이 섰다. 김동연 지사. 제임스 A 오닐 인테그리스 수석 부회장, 이재준 수원시장. 김 지사가 인사말을 한다. "(경기도에 대한)이번 투자가 큰 힘이 된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국내 언론이 생생히 전했다. 도민도 다 봤다. 누가 봐도 기업 유치다.
그게 사달이 났다. 경기대(수원)가 협약을 백지화했다. 그제야 알려졌다. 인테그리스는 경기대와 MOU를 맺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명했다. 입지(立地)도 수원 경기대 캠퍼스였다. 같은 회사가 같은 입지에 맺은 두 MOU다. 누가 봐도 재탕 협약이다. 백지화 선언이 4월18일이다. 김 지사 MOU 체결 닷새 뒤다. 경기대 입장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도민 모두가 궁금하다. 도의원이 지사에 물었다.
“경기대와 인테그리스사가 협약을 먼저 맺은 것을 나중에 알았다. 경기도와 수원시의 행정 지원이 필요해 3자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인테그리스사 협약 내용은 투자 유지 성과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고, 연구소의 수원지역 대학 내 유치는 현재도 추진 중이다.” 이게 김 지사 답이다.
몰랐다? 다 챙길 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인테그리스는 다르다. 출발부터 알려져 있었다. 수원시장의 합류 일정 때문이다. 김 지사의 첫 번째 투자 순방이었다. 이 일정에 수원시장이 합류한다고 예고됐다. 이유가 흘러 나왔다. 인테그리스와의 3자 MOU였다. 시·도 공무원, 일부 언론까지 알았다. 혹시 ‘경기대 부분’만 몰랐나.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MOU 서명자가 김 지사다. 보고 받았어야 했다. 못 받았어도 잘못이다. 핑계 사유가 안 된다.
인테그리스사 내용은 성과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큰 그림이 그렇지 않았다. 이번 순방에 붙은 수식어가 있다. ‘4조원대 투자 유치’다. 출발하기 전부터 붙였다. 현지에서는 기업들이 공개됐다. 네댓 개 됐다. 윤석열 외교와의 차별 시도였을까. 효과가 톡톡했다. ‘역시 경제 전문가’란 평이 나왔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그러자 ‘그 건 4조원에 안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자랑했으면 책임도 지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인테그리스는 빼놓든가.
MOU가 중요하다. 민선 지사 6명 있었다. 모두 매달렸다. 취임식 없애고 협상했다. 김밥 먹으며 미국 돌았다. ‘조(兆) 단위 유치’ 자랑했다. 다 됐을까. 그랬으면 경기도는 일자리 천국이다. 안 된 게 많다. 국감에서 털린 지사도 있다. “지사가 자랑한 외자 MOU의 이행률이 6.8%밖에 안됩니다. 뻥튀기죠.” MOU 실적과 실제의 갭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도 그거다. 4조 달성’ ‘10조 목표’.... 자랑이 커서 실망도 커졌다.
‘내 불찰이다’ 했으면 좋을 걸 그랬다. ‘더 열심히 하겠다’ 했으면 좋을 걸 그랬다.
MOU 역사 하나다. LG필립스LCD 파주공장. 일자리 4만2천개·초기 투자 10조원.... 초대형 유치다. 전체 공단 140만평 30개월 완료.... 속도 행정이다. 군 고도제한 75m 상향·외자 지분 50% 상향.... 규제 혁파다. 묘지 600기 이전 완료.... 행정의 대민 설득이다. 여당 대통령과 야당 도지사의 협력.... 정당을 떠난 도민 이익 창출이다. 준공 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다. “손학규 지사님,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10조 MOU를 만든 역사다. 1년 만에 부지 만든 역사다. 하늘 규제 바꾼 역사다. 그리고 대통령과 담판한 역사다. 경기도 MOU 역사가 이렇게 유구하다. 이 역사 앞에 좀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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