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나란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의원들도 구속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를 더 이상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관건은 실천이다. 과연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 요청이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 이 ‘특별한 권리’가 헌법(44조)에 명시돼 있다.
당초 취지는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국회 기능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올 때, 정부의 폭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활동이 제약받지 않고 정상적인 의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을 누려야 할 이유가 없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국민은 단순 범죄로도 구속수사를 받는데, 거액의 뇌물 수수나 개발 이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람을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봐주는 건 문제가 많다.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 벌써 폐기했어야 할 특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26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비판하며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불체포특권 포기에 찬성, 총 110명이 연대 서약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근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등 ‘정치쇄신 3대 과제’ 공동 서약을 야당에 제안한 바 있다.
여야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늦었지만 환영한다. 방탄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컸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불체포특권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둘러싸고 민주당에선 이견이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의원들이 서약을 해야 한다. 그동안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던 국회다. 선언만 하고 또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200여가지에 이른다. 불체포특권을 비롯해 국민 눈높이와 시대에 맞지 않은 특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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