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이빨 같은 콘크리트물. 무슨 이유에선지 강가에 하천에 도로에 열을 지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벚꽃 명소로 알려진 파주 눌노천에서, 조선 중기의 문인 송강 정철이 낚시를 즐긴 곳으로 알려진 고양 공릉천에서도 이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용의 이빨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용치(Dragon Teeth, 龍齒)’. 경기도에 남아있는 전쟁과 분단의 흔적이다. 적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천이나 교통로 곳곳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처음 만들어냈다.
영국의 해안가, 스위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선 언제 처음 설치했는지 모른다. 1968년 김신조가 침투한 1∙21사태를 계기로 1970년대 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을 겪은 경험, 아직 휴전인 상황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설치한 것으로 다행히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전에 사용되지는 않았다.
현대전에도 용치가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설치한 용치는 ‘러시아 방어선의 상징’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용치는 군사 보안시설로 적에게 은닉해야 하는 비밀스러운 존재로 취급됐으나, 냉전 분위기가 완화된 후부터는 도심에서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하천에 있는 것은 홍수의 원인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철거되고 있다. 현재는 철거 민원과 국방부의 군사 전략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현재 2곳의 용치가 남아있는 포천에서도 곧 철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경기도청에서 ‘용치 사진전’을 개막해 오는 8월4일까지 선보인다.
4회에 걸쳐 열리는 사진전은 전쟁기념관(서울),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파주 임진각), 도라전망대(파주)를 순회해 올해 12월까지 이어진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32곳의 용치 중 21곳으로 경기도의 특징적인 분단 상황과 관련된 군사유산의 가치를 공유하고, 접경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용치를 근대문화유산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진수정 경기문화재연구원 수석연구원 “용치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보여주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군사적 기능과 유산적 가치가 모두 부합되는 군사유산”이라며 “이번 사진전이 용치가 전쟁과 분단이 남긴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돼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고 전파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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