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지적 받은 음정 문제가 잘 안 들릴 수 있겠지만, 집에 가서 녹음한 뒤 반복해서 복습하다 보면 들릴 거예요.”
26일 오후 3시께 찾은 수원시립교향악단 연습실. 문을 열어젖히니 똑딱대는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한 학생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중 막히는 구간을 반복해서 연주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을 둘러싼 10여명의 참관객들은 눈앞에서 생생하게 진행되는 바이올린 레슨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연주에 한껏 집중한 학생의 얼굴엔 제법 긴장한 표정이 서렸지만, 참관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도 선생님의 조언을 놓치지 않으려는 근성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수업은 수원시립교향악단이 관내 예술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 ‘2023 수원시민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의 일환이다. 전문 예술인들이 미래 세대 학생들을 이끌어 주는 마스터 클래스는 예술로 맺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다. 예술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꿈꾸던 연주자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고, 연주자들 역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환원하면서 시민들 틈에 스며들어 가는 기회가 된다.
임누리 수원시향 제2바이올린 수석 단원(31)은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레슨을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사례를 접한 뒤 한국에 와서 자신도 꼭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임 단원은 “한국에 들어와서는 그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만 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예술가라면 내가 가진 역량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임 수석 단원에게 지도를 받은 김예림 학생(13)은 “공개형 수업은 완성된 무대가 나오기까지 음악가들이 어떤 노력을 거치는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공감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수업을 참관한 김 양의 어머니 정선미씨(45)는 “아이가 바이올린을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해 오디션에 동영상을 제출하고 나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연락이 와 깜짝 놀랐다”며 “손길이 필요한 학생들의 가능성을 눈여겨봐주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가 유망한 클래식 꿈나무들의 손을 이끌어주는 프로젝트는 서울시향 등 타 시·도에선 이미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는 방식이며 지역민들과 호흡해온 수원시향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창단 이래 처음이다. 수원시향 소속 바이올린 수석 단원 세 명이 각각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 연주자를 두 명씩 맡아 개인 지도 방식으로 공개 수업을 진행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전문 연주자 양성에 힘쓰고, 향후 역량 있는 전문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며 “첫 시도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게 고민을 거듭하겠다”고 밝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