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마리 ‘우글’… 장마 이후 급증 수목·농작물 등 비상, 대책 시급 市 “긴급 방제, 주민 피해 최소화”
“하늘에서 애벌레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22일 오전 10시께 매일 왕숙천 산책길을 따라 다산수변공원까지 걷는 박지현씨(62·남양주시 다산동)는 어김없이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을 막기 위해서다.
1㎞ 정도 남짓한 구간 하천변 쪽 모든 벚나무에는 애벌레가 우글거리며 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온통 꿈틀거리는 애벌레와 터진 시체들로 가득했다.
특히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나 나뭇잎에 붙어 있던 애벌레가 바람을 타고 땅에 떨어졌으며, 하늘에서 날아와 주민들의 머리나 옷에 붙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흰불나방 유충 서식지로 전락한 벚나무는 한창 푸릇푸릇해야 할 시기에 마치 단풍이 든 듯 갈색으로 변해 있고, 잎도 대다수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태풍이 오고 난 뒤 애벌레가 정말 많아졌다. 한 두마리가 아닌 수백, 수천마리가 나무에 붙어 있어 나무들도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산이 없으면 옷과 머리, 심지어 옷 안까지 애벌레들이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장마 이후 폭염이 계속되면서 남양주지역에 돌발해충인 ‘미국흰불나방’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수종을 가리지 않고 먹는 특성 탓에 과수류는 물론 생활권 수목으로 벚나무 등이 피해를 입고 있어 방제가 시급하다.
남양주시와 다산동 주민 등에 따르면 미국흰불나방은 1∼3령충으로 나뉘는 발육단계를 거쳐 성충 나방으로 자란다.
발육 과정에서 3령 이상을 넘어가면서 주변으로 분산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섭식량이 많아져 수목의 줄기만 남기고 잎을 모두 먹어 치우는 특성을 갖고 있다.
유충시기에는 도심의 가로수를 갉아 먹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성충부터는 농작물로 대거 유입돼 산란하기 때문에 방제 시기를 놓치는 등 관리가 소홀하면 큰 피해를 입히는 해충이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벚나무, 감나무, 뽕나무 등 활엽수 200여종에 해를 입히며 보통 1년에 2회 발생한다. 주로 발생하는 시기는 성충의 경우 5~6월과 7~8월 나타나며 유충의 경우 5~6월, 8~10월등에 출몰한다.
시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긴급 방제작업을 실시 중이다.
시 관계자는 “방제작업은 유충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데, 유충들이 부화하는 시기가 모두 달라 완전박멸은 어렵다”며 “최근 개체수가 급증하는 만큼 긴급방제를 통해 개체수를 감소시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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