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보단 건수 집중... ‘치적 쌓기용’ 조례 발의 우려 [집중취재]

1년 임기 정책지원관, 매년 성과 평가로 건수 압박
의원실 관리 등 기타업무로 조례 검토에만 집중 못해
지방의원들은 공천 시 자신의 홍보수단 활용 가능성
전문가 “도의회 모든 구성원, 조례 내용에 관심 둬야”

지난 5월30일 경기도의회에서 진행된 도의회 정책지원관 임용식 모습. 자료사진 경기도의회 제공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이 사실상 반쪽짜리 구조인 데다 조례 발의 시 내용보다 건수에 치중한 치적 쌓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정책지원관의 활용에서 개인 정치를 지양하고, 조례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는 지난 5월30일 정책지원관 임용 이전 이들에 대한 사무 분장을 완료했다. 애초 조례안 제·개정의 업무를 담당했던 입법조사관은 상임위원회 안건 등만 검토하고, 새롭게 편성된 정책지원관들은 자신이 맡은 의원들의 조례 재·개정만 맡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경기일보가 국회·지방의회 의정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책지원관이 본격 업무에 들어간 6월1일부터 현재까지 도의회(제369회 정례회·370회 임시회)에 접수된 의원 발의 조례안은 총 74건이다. 지방선거와 원 구성 파행을 겪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평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의원 2명당 1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치된 만큼 제도 정착 시 조례안 발의 수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례안의 숫자만큼 그 내용 역시 주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이른바 ‘베끼기 조례’, 정책 범위만 강한 어조로 바뀐 개정안 등 무늬만 발의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설명이다. 정책지원관들로 조례 내용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1년 임기의 정책지원관은 매년 성과 평가를 받아 조례안 제·개정 건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의원들 입장에선 공천 시 해당 사안이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보여주기식 조례 발의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또 개인 의원실 관리, 의원 개인 수상 공적조서 작성 등 기타 업무까지 맡게 된 정책지원관들이 조례 검토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A의원은 “의원들이 의미 없는 조례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역구 활동 등에 밀려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치에서의 정당은 공천이 진행될 때만 존재하고 이후 의원들은 개인 정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당은 정책의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요소로 지방의원들은 당내 기조를 고려하는 등 조례를 심도 있게 발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윤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지원관 도입 초기다 보니 성과주의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만큼 도의회 모든 구성원이 조례 내용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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