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시장도 ‘쩐의 전쟁’ [집중취재]

카페거리에 왜 '고급형 매장'이 많을까… '커피전문점'으로 보는 지역 경제
가장 큰 경쟁력은 돈, 브랜드 중요... 올 들어 벌써 도내 사업자 2만명↑
고물가 속에도 매장 늘고있지만... 10곳 중 3곳은 1년 내 폐업 수순

#1. 6년차 직장인이던 홍모씨(36·남양주시)는 지난해 회사를 관두고 제2인생을 ‘카페 사장’에 걸기로 했다. 1년여간 창업을 준비한 홍씨의 자본금은 약 2억원. 그는 “다산신도시에 소규모 카페를 열고 직원 한 명을 두는 데 무리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6개월도 버티질 못했다”면서 “커피는 향과 맛도 중요하지만 가게 브랜드와 메뉴 가격도 큰 몫을 차지하더라. 저희는 다 애매해서 인기가 없었다”고 자평했다. 결국 그는 카페를 접고 최근 셀프 사진 스튜디오로 업종을 바꿨다.

 

#2. 주부 김모씨(34·김포시)는 올 초 남편과 김포, 구리지역에 각각 1개씩 개인 카페를 낼 계획이었다. 3년간 부부가 함께 고민해온 일이었지만 해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지출이 커지면서 결국 1개 매장은 취소하기로 했다. “그마저 실패했다”던 김씨는 “워낙 카페가 많아서 저희 매장만의 경쟁력을 높여야 했는데 ‘돈’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걸 느꼈다”고 곱씹었다. 그는 “초보 영세 사업자는 목 좋은 곳에 개인 카페를 열 수 없는 구조”라며 “프랜차이즈가 아니고서는 카페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경기일보DB

 

‘카페’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시대다.

 

고물가 상황에서도 커피 만큼은 무풍지대인 상황. 커피전문점 현황과 변화상 등을 토대로 경기도 지역 경제를 살펴봤다.

 

■ 韓 ‘카페 시장’ 세계 3위 규모…특히 경기도서 인기

 

31일 금융감독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6%씩 성장해왔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중국에 이은 3위 규모로, 코로나19 이후 그 인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부터는 엔데믹 특수까지 더해지면서 스타벅스의 경우 연매출이 2조원 중반(2조5천939억원)까지 뛰었고, ▲투썸플레이스(4천282억원) ▲이디야커피(2천778억원) ▲커피빈코리아(1천535억원) ▲할리스커피(1천359억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커피전문점 4곳 중 1곳이 소재한 지역이 바로 경기도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카페가 연평균 8.3%포인트(p)씩 늘어날 때 경기도는 적게는 8.5%p~많게는 25.1%p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증가세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그만큼 카페 사업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자료를 4월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도내 커피전문점 사업자 수는 2020년 1만3천854명→2021년 1만6천314명→2022년 1만9천428명→2023년 2만1천153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도민 661명 중 1명이 ‘커피집 사장님’인 셈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경기일보DB

 

■ 물가 올랐어도 커피 포기 못해…동두천·여주 1년새 121% ↑

 

누구나 식사 후 커피를 사들고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기엔, 해당 기간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경기도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만 봐도 2020년 11월(100.12)부터 올해 5월(111.06)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6월(111.04)에야 소폭 감소했다.

 

2년여간 소비자물가가 11% 이상 오르면서 다양한 외식·장바구니 품목들도 덩달아 비싸졌지만, 커피의 인기 만큼은 식히진 못했다.

 

올 한 해(4월 통계 기준)만 한정해도 도내 시·군 31곳 가운데 30곳에서 커피전문점 사업자가 전년보다 늘었다.

 

최근 1년 만에 동두천시 커피전문점 사업자는 121.3%(131명→159명), 여주시 사업자는 121.2%(184명→223명) 늘어 도내 증가율 1,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연천군 사업자는 76명에서 72명(증감율 94.7%)으로 도내에서 유일하게 그 수가 줄었다.

 

단순히 사업자 수만 따졌을 땐 수원시가 2천162명으로 가장 많았다.

 

■ 거대 자본 속속 유입…신생카페 10곳 중 5곳 ‘3년 내 폐업’

 

카페 창업이 쉬워서, 카페 사업이 잘 돼서 사업자가 늘어나는 걸까. 업계에선 아니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커피전문점은 비교적 창업 허들이 낮아 전형적인 영세 소상공인 업종에 해당됐지만, 지금은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창업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버틸 수 있는 사람’만이 카페를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카페 트렌드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저가 전략 매장과, 원두 품종·가공법을 다르게 하는 고급화 전략 매장으로 이분화 됐다. 양쪽 모두 영세 개인 카페가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경기도 신생 커피전문점의 생존율 추이. 경기도상권분석지원서비스 제공

 

그에 대한 결과는 ‘생존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생 커피전문점 둘 중 하나가 3년을 채 버티지 못해서다.

 

경기도상권분석지원서비스를 통해 2022년 4분기 기준 경기도내 커피전문점 신생기업 생존율을 보면, 1년 생존율은 77.4%, 2년 생존율은 60.9%, 3년 생존율은 55.9%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개업하는 커피전문점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10곳 중 2곳이 1년 만에 문을 닫고, 나머지 2~3곳이 3년 안에 폐업하고 있다는 뜻이다.

 

■ 피해는 영세 소상공인 몫…사라진 자리는 ‘고급형 카페’가 메운다

 

주 요인은 과도한 출혈 경쟁이다.

 

커피 인기가 높아지면서 커피전문점이 쏟아지게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커피전문점이 쏟아지면서 영세 소상공인이 대기업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커피’ 하나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디저트, 인테리어, 콘셉트 등이 함께 경쟁 라인에 들어섰다.

 

실제로 도내 ‘카페’에서 ‘프랜차이즈형’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점점 커졌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기반으로 도내 커피전문점 전체 점포 가운데 프랜차이즈형 점포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19년 30.9%(1만7천707곳 중 5천584곳)에서 2021년 33.4%(2만1천512곳 중 7천204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아진 만큼 개인 점포 비중은 줄었다고 풀이된다.

 

용인시 보정동의 카페거리 모습. 김시범기자

 

성남 정자, 용인 죽전, 수원 광교 등 신도시에는 수많은 카페거리와 카페골목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이 안에 영세 소상공인이 장기간 자리하기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는 대안이 가격 인하이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면 결국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하게 된다.

 

그 빈자리는 다시 프랜차이즈형 카페 혹은 고급형 개인 카페가 채운다. 영세 상인은 진입조차 못 하는 데다가(하더라도 5년 내 절반이 폐업하고), 프랜차이즈는 ‘비싼 땅’에 굳이 여러 점포를 낼 필요가 없어 다른 지점을 내고, 고급화 전략만을 내세운 개인 카페만이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가 잘 되고, 모든 개인 카페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양극화 된 업종인 건 사실”이라며 “대형 베이커리나 특화 매장 등 잘 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코로나19와 고물가 여파로 부침을 겪는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페처럼 주로 1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악화로 경영에 겪는 어려움이 크다”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카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역 골목마다, 특성마다 거대 자본과 함께 영세업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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