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탕후루 유감

거리 풍광이 낯익었다. 필자가 처음 중국 땅을 밟았을 때의 기억이 그랬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서다.

 

그때 재래시장에 지천으로 깔렸던 게 탕후루(糖葫蘆)였다. 붉은색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힌 뒤 꼬챙이에 끼워 먹었다. 맛은 시큼하고도 달짝지근했다. 골목 곳곳이 탕후루 천지였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코흘리개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들려 있었다. 30년 전 얘기다.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기록에 따르면 송나라 때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광종의 후궁 황귀비가 몸이 허약해 자주 병석에 누웠다. 어떠한 약제와 시술로도 병은 낫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사과 맛이 나는 산사(山査)를 설탕과 달여 식전에 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런 후 병이 나았다.

 

이후 산사 말고도 귤, 거봉, 딸기, 샤인머스캣, 키위, 귤, 방울토마토, 바나나, 포도, 블루베리 등으로도 만든다. 지금은 베이징과 톈진 등을 포함해 화베이 지방의 빼놓을 수 없는 겨울 간식이다. 한반도에 상륙해 젊은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식당가를 중심으로 ‘노(NO) 탕후루 존’이 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탕후루 반입금지. 다 드시고 들어오세요’라는 문구를 붙여 놓은 카페나 편의점도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단내가 나는 바람에 개미 등 벌레가 많이 꼬여서다. 다 먹은 뒤 버리는 꼬챙이에 찔리는 어린이들도 있다. 길바닥도 끈적끈적해져 청소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매장 앞에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고 버려진 꼬치 등 쓰레기를 신경 써서 치우고 있는데도 역부족이다.

 

중국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한갓 먹을거리에 대한 인상도 점점 고약해지고 있다. 어떻게 풀어 나가야만 할까. 한중 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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