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대규모 감염병 5년 주기설’…끝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숙제를 풀어낼 새로운 시작이죠.”
17일 오전 11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보건소에서 만난 김범수 감염병대응팀장의 묵직한 한마디다. 지난 2006년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 팀장은 약 17년 동안 보건소에만 몸담아온 감염병 관리 베테랑이다. 그간 맡았던 업무 중 80% 이상이 감염병 분야일 정도다. 그만큼 신종플루, 메르스 등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대규모 감염병 대응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왠지 코로나19만 떠올리면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후 같은 해 2월1일 수원에서도 1호 환자가 발생했다. 전국 기준 15번째였다. 당연히 비상에 걸렸다. 김 팀장이 3년여에 걸쳐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역학조사, 확진자 병상 배정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업무라면 주저 없이 도맡았을 만큼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임무에 충실했다고.
그러던 지난달 31일 마침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과 엔데믹 2단계를 맞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3년7개월, 종전 1급에서 2급 감염병으로 하향된 지 1년4개월 만이었다.
김 팀장은 그동안의 고생만 생각하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이 앞섰다.
그는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퍼졌던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득하기만 하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어 “한땐 운전 중 정신을 잃어 사고까지 난 적도 있었다”며 “아내로부터 ‘일을 그만두면 안 되냐’는 권유까지 받았을 만큼 힘든 시기였는데, 돌이켜보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남긴 숙제를 풀어낼 시간, 즉 어김없이 찾아올 새로운 대규모 감염병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확실히 성장한 건 맞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병상 및 의료인 부족, 열악한 의료체계 등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항간에 대규모 감염병 5년 주기설이 떠돌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에 안주하면 안 된다. 고도화된 보건의료체계 구축 등 또다시 찾아올 대규모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팀장은 “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저를 믿어준 사랑하는 가족과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발 벗고 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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